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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장애' 진단, 기준 5가지
무간도 스틸컷.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80~90년대 아시아 영화의 맹주였던 홍콩영화는 점차 시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간간히 작품성 있는 영화가 제작되곤 했는데, 대표적으로 유덕화, 양조위가 주연으로 나온 <무간도> 시리즈다.

암흑가로 잠입한 경찰과 경찰 내부 조직에 들어간 마피아 조직 삼합회 일원이 겪는 정체성 혼란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같은 포맷에 다른 스토리로 이어져 유기적인 연결을 시도했다. 1편의 경우 무간도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권선징악과는 다른 결말을 도출해냈지만, 마지막 3편 <종극무간>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접근한다.

3편은 극 중 진영인(양조위 역)이 죽고 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점을 두었는데, 유건명(유덕화)은 자신의 본래 신분을 들키지 않고 경찰로서 삶을 지속한다. 하지만 진영인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 언제라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이란 두려움에 의해 난 뒤 심한 정신분열증을 겪고 만다.

경찰로서 살고 싶지만 삼합회 조직 일원이었던 그의 과거는 늘 그의 운명에 발목을 잡는다. 특히 3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양금명(여명)의 등장으로 더욱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결정적으로 또 다른 삼합회 조직 일원이었던 경찰 간부가 신분이 노출돼 자살하자 그의 압박감은 더욱 커져간다.

그 후 유건명은 현재의 자신을 거부하고 자신과 죽은 진영인을 동일하게 이입시키는 자아분열 현상을 겪는다. 특히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양금명을 자신으로 착각해 체포하려는 모습에서 극 중 유건명은 망상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망상장애는 과거에 편집증이라 불렸던 질환으로 특정한 종류의 ‘잘못된 믿음’에 경도되어 그것을 완전히 믿어버리는 증상이다. 망상장애는 일반적인 정신분열증과는 달리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외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에 당사자가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프로이트는 망상장애에 대해 일반적으로 무의식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욕망을 부정하고 이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投射)가 그 심리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망상증의 유병률은 0.03%로 추산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약간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안내서>에는 망상장애의 진단 기준을 다음의 5가지 기준으로 정리해 놓았다.

첫 번째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거나, 타인이 자신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 또 배우자와 연인이 부정하다는 등의 생각에 매몰된다.

두 번째, 환청이나 환시 현상이 있지만 현저하지 않은 증상을 보인다.

세 번째, 망상장애를 앓고 있으나 평소 행동이 기괴하지 않으며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네 번째, 우울증후군이나 조울증후군이 일어나지만 망상으로 인한 장애보다 짧다.

다섯 번째, 일반적인 정신분열증 급성기의 특징은 갖지 않는다. 또 장애가 약물 남용과 같은 물질 또는 의학적 상태의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무간도 스틸컷.

이 질환은 애정망상증, 과대망상증, 질투망상증, 피해망상증, 신체망상증 등 5개의 진단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위에 열거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망상증도 있다.

영화 <무간도>에서 유건명의 경우 피해망상증과 과대망상증이 혼재되어 있는 복합 망상증이라 추정한다. 극 중 유건명은 양금명을 경찰 조직 내부의 스파이로 의심해 그의 행적을 추적했으며, 급기야 자신을 진영인이라 생각해 양금명을 체포하려는 행동에서 그의 증상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망상장애의 원인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서 많이 발견되긴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고 밝혀진 바는 없다. 전문의들은 신경학적 장애가 있을 때 많은 망상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생물학적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혹은 기타 주변 환경에 따른 사회문화적인 요인도 작용한다고 판단한다.

망상장애의 치료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는 겸하며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50%의 환자가 회복하고 20%는 증상이 완화되지만 나머지 30%는 치유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내원하기 꺼려해 강제 입원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환자는 자신이 망상장애 혹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지 않으며 보호자와 치료진이 공모해 자신을 입원시켰다고 생각해 고소하는 사례도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수형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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