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으로 보는 세계 명작’ |
[CBC뉴스|CBC NEWS] ‘그림으로 보는 세계 명작’이란 주제로 벌써 세 번째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그만큼 그림책에 있어 그림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매우 독특한 갈래다. 전에도 얘기했듯이 그림책에서 그림은 또 하나의 언어다. 다른 책에서 그림은 글을 보조하는 삽화에 불과하지만 그림책에서는 글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좋은 그림은 작가가 전하려는 의미와 느낌을 함축하고 있어 그림만 읽어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최초로 만나는 예술작품이다.
잘 그린 그림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질리지도 않고 본다. 그렇게 백 번도 넘게 보는 그림책이니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림책의 그림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누구나 좋은 그림을 보면 감탄한다. 벽에 붙여 놓고 싶고, 안 되면 사진기라도 꺼내 찍어놓고 싶다.
정말 좋은 그림은 바로 그런 것이다.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포근해지거나 미소 짓게 하는 그림,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이 정말 좋은 그림이다. 그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책을 보여 주어야 할까?
색감이 뛰어난 그림책을 보여주자.
외국 화가와 우리나라 화가의 그림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색감이다. 외국에서 공부했던 화가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기를 색감을 따라갈 수 없어서 절망감을 느꼈던 거라고 했다.
색을 잘 쓴다는 것은 원색을 울긋불긋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톤의 중간색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노란색을 예로 들면, 노랑 외에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수십, 수백 가지의 노란 색을 만들어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를 나온 화가가의 말에 따르면 색감을 계발하기 위해 두세 가지의 색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수업도 있다고 한다.
시선이 다양한 그림책을 보여주자.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 때는 정면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렇듯 그림에서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린 그림 말고도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 아래에서 올려다본 그림, 비스듬히 본 그림 등 시각에 따라 그림의 구도가 달라진다.
원근법이나 그림자의 처리도 여겨볼 만하다. 이런 그림책을 많이 본 아이는 학습지나 지능테스트의 단골 문제풀이에는 도사다. 예를 들면, ‘<보기>의 물건을 밑에서 올려다 본 그림은 몇 번입니까?’라는 질문에 전혀 주저함이 없다.
화면 구성이 다양한 그림책을 보여주자.
화면 일부분을 축소하거나 확대하거나 변형하거나 여백을 많이 주는 등 장면마다 구도가 변화무쌍한 그림책이 있다. 그런 책의 화면은 활기차다.
외국, 특히 유럽의 그림책을 보면 집이 중요한 배경이 될 경우 건물 안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그런 그림을 많이 보면 전체를 바라보거나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과 그림이 논리적으로 연결된 그림책을 보여주자.
좋은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림책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애들은 유치한 걸 좋아해.”
“동화는 어차피 현실과는 다르잖아.”
이런 변명은 결코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비록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며 보자기를 둘러쓰고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라도 자기의 실제 경험에 비추어 제 나름의 논리적 판단을 내린다. 상식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몰상식은 구별해야 한다. 비논리적인 상상은 공상이 아니라 거짓말이다. 이는 실수라기보다는 무성의이며, 아이들을 우습게 본 결과물이다.
작가가 정성을 쏟은 그림책을 보여주자.
좋은 그림책은 감동을 준다. 그림이 독창적이며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사실 화법의 그림책이라면 정확히 묘사되어 있고, 역사물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그린다. 한마디로 말하면 ‘공들인 책이다.’
작가가 발품을 팔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다른 그림들을 살펴보고, 고민을 많이 한 그림은 다르다. 길바닥의 자갈 하나, 벽의 작은 장식까지 허투로 그리는 법이 없다. 그런 그림책은 아이들도 알아본다.
[조주연 한국 슈타이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