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사랑해 <코르작> |
[CBC뉴스|CBC NEWS] 코르작이라고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너무 낯설지 않을까요? 다른 전집들은 모두 교과서 중심 인물이잖아요.”<아이멘토>에 들어갈 인물들을 선정하는 회의였다.편집자들은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인물에 난감해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반대 또한 심했다. 회의는 더 이상의 진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코르작에 빠지다
인물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은 인물 선정이었다.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각 나라에서 추앙받고 존경받는 인물을 소개하자고 했다.
여태까지 나왔던 수많은 위인전집들에서 탈피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은 새롭고도 의미 있는 인물을 뽑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폴란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의 나라. 그것밖에는 없을까?’
폴란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폴란드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야누스 코르작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의 짧은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 나는 코르작에 푹 빠져 들었음을 느꼈다.
코르작을 위해 뭉치다
자료조사를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코르작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갈등이 생겼다. 편집부원들의 말대로 다른 인물들에 비해 업적이 약한 것은 아닐까? 독자들이 너무 생소하게 느끼지는 않을까?
그러나 다양한 외국 자료를 찾아보면서 코르작에 대한 의구심은 금세 해소되었다. 오히려 그동안 너무나 익숙한 것들에 가려져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보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반대를 무릅쓰고 인물 목록에 ‘코르작’이라는 이름을 올리고 곧 원고 청탁에 들어갔다.
국내에는 자료가 없으니 국내 작가에게는 글을 맡기기 어려웠다. 외국 작가들 중에 코르작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코르작이 가진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작가여야 했다.
까다롭게 작가를 찾았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얼마 후 들어온 원고에서는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영웅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나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안나는 단지 그 일 때문에 폴란드에 다녀왔다.
독일에서도 얼마든지 자료를 찾을 수 있었지만 안나는 직접 코르작의 마음을 느끼고 싶어 했다. 노래를 부르며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코르작의 동상 앞에 놓인 돌무더기는 그런 노력에서 태어난 것이다.
온기를 불어넣다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코르작이 주는 사랑과 감동을 아이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이 느낌이 아닌데…….”원고를 우리말로 번역해 놓고 보니 원고에서 느껴졌던 그 느낌이 살아나지 못했다.
코르작이라는 인물에서 온기가 사라져 버린, 마치 삼차원 입체 영상이 평면으로 바뀌어 버린 그런 느낌이었다.원작의 느낌을 살려야 했다. 몇 번의 재번역과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끝에 겨우 코르작의 온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생생한 경험담으로 감동을 더하다
만족할 만한 글과 그림이 나왔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좀 더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것은 폴란드 인 친구가 유대 인이라는 사실이었고, 그의 할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시다는 것이었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요제프 할아버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기꺼이 긴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손수 사진첩에서 사진을 찾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두 갈래 길
코르작이라는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과 폴란드, 미국, 독일의 여러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었다. 그것은 코르작이라는 인물이 그만큼 의미 있고, 그를 소개하는 일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링컨과 아인슈타인만이 위대한 인물이 아님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가진 따뜻한 사랑이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두 팔이 없는 데다 한 다리마저 짧은 레나 마리아가 전해주는 감동을 우리 아이들도 느끼게 해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물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그것이 책을 만드는 이유이고 우리가 익숙히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이유일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두 갈래 길'이라는 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 했으니까요./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해야겠지만요(중략)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조주연 한국 슈타이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