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CBC NEWS] 11일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반가운 손님들의 방문을 받았다.
지금부터 꼭 45년전인 지난 1966년 8월 이맘때 해병학교 시절 단체로 무임승차한 빚을 갚겠다고 찾아온 김무일(67·전 현대제철 부회장)씨를 비롯해 고광호·엄준걸씨 등 예비역 장교 일행이었다.
이들 예비역 장교들이 털어놓은 무임승차 사연은 '무용담'에 가깝다.
45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장교로 임관하던 지난 1966년 8월8일.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 공군 초급장교들과 사소한 일로 집단충돌이 있었고 당시 해병학교 35기생 130명 전원이 공군부대로 항의방문을 하러 가게 된 것.
진해에 있는 해병학교에서 김해에 있는 공군부대를 가자면 경화역(지금은 추억의 간이역이 됨)에서 진영역까지 열차로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했다.
야간열차를 타고 김해로 가겠다고 한밤중에 막상 경화역에 모였으나 교육생 신분에 대책 없이 나왔으니 기차삯도 없는 상황이었다.
역무원에게는 야간 비상훈련 중이라고 설명한 후 차용증만으로 130명 전원이 야간열차에 올랐다.
한마디로 무단이탈에 어거지 무임승차였던 것이다. 김해 공군 전투비행단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새벽. 전날 있었던 양쪽 장교들의 집단 폭행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공군측은 불응했고 난투극이 벌어진 가운데 40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그날 신문이며 방송 등 언론은 일제히 '현역장교 130명의 타군 부대 새벽 기습 난입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군 역사상 전대미문의, 전원 불명예제대 대상이 될 만한 일대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치열했던 월남전에 파월될 요원들이라는 점이 참작돼 어렵사리 구제됐다.
그리고 다음해 35기 동기생 전원이 주월 청룡부대 전투 소대장으로 참전, 혁혁한 무공을 세우면서 이제는 해병대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유명한 무용담이 됐다.
김무일씨 등 예비역 장교 일행은 "철없던 지난날 저질렀던 치기로 철도공사에 불의의 손해를 끼쳤다"면서 "뒤늦게라도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 '해병학교 35기 장교회' 이름으로 무임승차했던 열차 운임을 갚기로 했다"고 전했다.
변상금액은 지난 1966년 당시 경화역서 진영역까지 일인당 75원씩 130명을 합산하면 총 9800원이지만 45년이 경과되었으므로 대략 100배 환산해 10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김무일씨는 이어 "해묵은 일이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철도가 어려운 시기, 작은 힘이라도 보탰으면 해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이에 대해 "휴가도 잊은 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우리 철도 직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잦은 고장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다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다. 고마운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민들께서 철도를 믿고 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에 앞서 이달 2일 '오래전 탑리역을 거쳐 갔던 대학생'이라는 익명의 고객이 30여 년 전 대학생 시절 탑리역 역무원에게 차표와 차비를 도움받 았다며 편지와 30만원이 든 봉투를 탑리역 직원들에게 보내왔다.
편지 내용에는 "직원들이 가벼운 식사라도 한 끼 하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김성수 역장과 직원들은 이 아름다운 촌지를 수해복구 성금으로 기탁하기로 했다.
또 경기도 광주에 사는 또 한명 익명의 고객(49)도 "30년 전인 지난 1982년 부산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면서 완행열차를 무임승차했다"며 7만원을 보내오는 등 훈훈함을 전해주고 있다.
CBC뉴스 김종완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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