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청년실업률이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2월(11%)보다 1.5%나 상승한 것으로서 재작년 2월(10.9%)과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실업률도 큰 문제지만, 취업희망자에게는 일자리가 부족한 반면에 기업들은 일손부족을 겪고 있는 일자리의 '미스매칭'도 큰 문제일 것이다. 35만 명이 미취업 상태인 이면에 중소기업은 25만 명이나 일손이 부족하여 고통 받는다고 하니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고용은 개인에게는 미래를 설계하는 기반이 되고, 국가에는 미래의 경제를 떠받치는 초석이 된다.
청년실업은 개인에게도 고통이고 불행이지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예산으로 13조9748억 원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청년취업률 제고에는 효과가 적다고 한다. 정책의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장기적인 취업교육보다 '단기 반짝효과'에 치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예산 중 직업훈련비가 25.0%, 공공고용서비스는 5.7%에 불과한데 핀란드는 각 50.1%, 15.4% 독일은 32.2%, 49.2%로 정책의 중점이 취업교육과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되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 2012년 기준)
반면에 우리정부예산의 절반(49.9%)을 차지하는 것은 '직접일자리사업'으로 참여자를 민간기업에 취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중장년층의 취업에만 도움이 될 뿐, 청년일자리 창출에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실제 민간기업 취업률은 4.1%에 불과하며, 직전 참여자의 51.3%가 또 참여함으로써 '제자리맴맴 사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정책 탓만 해서는 청년실업률을 낮추기가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으로 교육정책의 실패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 교육부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교육도 수요와 공급 예측이 필요하다.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공장을 설립하니 기술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수많은 공고와 공대를 설립하고,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자격취득자를 공급하였다. 이때의 구호가 '공업입국', '기술입국'이다.
중공업과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고급기술자를 키우려니 카이스트가 필요했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된 것은 이들 공고, 공대졸업자와 카이스트 출신들의 땀과 노고의 덕분이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2024년까지 대졸자 중 인문사회계열은 33만 명 초과공급되고, 이공계열은 2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미래기술인력 수급의 실패다. 현재 필요한 인력을 10년 전에 가르치지 못했고, 미래에 필요한 인력을 현재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깜깜이 교육'을 해 온 교육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교육부는 지금도 산업화시대의 '표준성 교육'에 집착하여 21세기를 이끌어갈 '창의성 교육'은 외면하고 있다.
산업화시대, 즉 국가가 표준을 관리하는 '코리아스탠다드(KS)시대'에는 표준제품을 만드는 '표준인재'가 필요했다. 제조업에 필요한 훈련된 기술자를 길러내면 되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세계의 표준이 되고, '구글'이 세계의 표준을 만드는 '글로벌스탠다드(GS)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표준을 만들 수 있는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창의적인 인재 한명이 인류를 먹여 살리고 인류의 생활과 문화를 바꾸는 시대인 것이다.
'창의성'에 가장 치명적인 제약은 '평준화'다. 벽돌을 찍어내듯 똑같은 교육을 받는 평준화교육에서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는 나올 수가 없다. 명문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취업도 어려운 사회에서 인류의 운명을 바꿀 인재가 탄생하기는 어렵다.
빌게이츠는 하버드대학을 1년 만에 자퇴하고 졸업 때까지의 등록금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여 인류의 활동영역을 사이버공간으로 확장시킨 영웅이다.
인류는 그가 만든 창(Windows)을 열고 사이버공간에 들어가서 경제도 하고 문학도 하고 예술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하드웨어(제조업)가 소프트웨어(지식정보산업)를 지배하고 있을지 모른다.
스티브잡스는 리드대학을 6개월 만에 자퇴하고 창고 구석에서 '애플'을 창업하여 스마트시대를 열고 인류의 생활과 문화를 바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영웅들은 세계 최고 갑부 반열에도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창의적 인재 한명이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시대에 '평균인재'만 양산하는 평준화교육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절대로 밝을 수 없다.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지식정보산업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교육부가 평준화의 망령에 붙잡혀 '창의적 인재' 양성을 외면한다면 청년취업률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는 영원히 선진국의 대열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류재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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