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대선후보 중 다수는 경제 분야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증세와 관련해 '부자 증세' '법인세 인상' 등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열린 'KBS 초청 대선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증세는 부자·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조세 형평을 위해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2억원 버는 사람에게 1천만원 세금을 내게 해도 1억9천만원을 쓸 수 있다"며 "누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 안 후보, 심 후보 그리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법인세 명목세율을 25%로 인상하는데 동의하는 입장을 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사실상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원 확보의 방법론으로 '증세 있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는 이미 진행된 바 있기 때문이다.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 대상의 법인세는 2012년 종전 20%에서 22%로 인상됐고, 소득세 또한 올해부터 과세표준 5억원 이상의 경우 종전 38%에서 40%로 상향조정됐다.
즉, 과거 '부자감세론'은 올해로 사라졌다 할 수 있으며, 대선후보들의 '부자 증세' 주장은 아직 고소득자에 대한 상향된 세금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기준 대기업에 해당하는 59만1천여개의 법인 중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법인은 1034개에 불과하며, 이들이 납부한 법인세는 27조원으로 총 법인세인 39조원의 69%를 담당했다. 그러나 법인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은 법인은 27만8천여개로 전체 대법인의 47%에 육박했다.
따라서 현재 대선후보들의 '부자 증세' 공약은 성실히 납세하고 있는 법인과 고소득자에 대한 부담은 더 가중시키면서, 납세하지 않는 법인과 근로소득자에 대한 해결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대다수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증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 거위를 늘리는 것이 아닐까? 과도한 세부담으로 인해 국내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낮은 조세부담률로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 및 유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 아닐까? 대법인의 유보소득을 근로자에게 최대한 분배시켜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 실질적인 증세효과를 얻는 것이 더 올바른 길 아닐까?
사실, 지금의 '증세논란'은 대선후보들이 국민들의 세부담은 적게 하면서 복지수준은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하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의 복지국가 중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법인세는 22%로 일정하고 개인소득세는 28%부터 시작해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즉, 스웨덴은 모든 국민이 세부담을 골고루 분담하면서 조세부담율도 높은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절반은 아예 세금을 내지 않고 상위그룹에만 세금을 가중시키는 주장은 복지국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이 부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타인이 부담해 주는 것은 아니다.
<박영범의 알세달세>
ㆍ현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ㆍ국세청 32년 근무, 국세청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 2, 3, 4국 16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