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베일 벗은... 박정희 여의도 비밀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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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베일 벗은... 박정희 여의도 비밀공간'
  • 이동균 기자
  • 승인 2017.10.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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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직장인과 시민이 오가는 서울 여의도환승센터. 

 40여년 넘게 이곳 지하에 숨어(?)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 공간이 베일을 벗었다. 발견 당시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채 19일 개장한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얘기다.

 성인 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총면적 871㎡(약 263평) 규모의 넓다란 공간이 나온다. 2015년 현장조사와 구조물 보수·보강 등을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319명중 201명(63%)이 전시·문화 공간 조성을 선호해 조성됐다.

지하 비밀벙커에 'SeMA(서울시립미술관 영문 약칭)벙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다음달 26일까지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 전시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2005년 버스환승센터 공사중 발견됐으나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소관부처 어디에도 자료가 없다. 항공 사진을 근거로 1976년말~1977년초 조성됐을 거란 추측만 가능하다.

 서울시는 1977년 국군의 날 사열대 단상 밑에 위치한 점 등을 미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피용 시설로 보고 있다. 벙커는 도로면에서 지하 2.2m 내려간 뒤 추가로 0.5m의 벽체를 두고 설계됐다.

 시 관계자는 "벙커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는 0.5m 코어 조각을 전시했다"며 "벙커가 어떤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얼마나 치밀하고 틈없이 만들어졌는지는 이 코어 조각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관식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박 전 대통령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VIP 공간(역사갤러리)이다.

벙커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전시 공간 한쪽 벽면으로 난 좁은 통로를 통해 겨우 들어가면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호피무늬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물에 침수된 채 발견된 소파는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소파에 앉으면 '나, 박정희, 벙커'라는 제목의 영상을 볼 수 있다. 1995년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에서 박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창환씨가 다시 한번 연기를 선보이며 벙커를 찾는 시민들을 맞는다.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 뒤론 박 전 대통령이 쓰던 화장실이 작은 바닥 타일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화장실을 가리고 있던 여닫이문만 관람 편의를 위해 유리벽으로 교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썼을 것으로 보이는 화장실엔 유리 너머로 하얀 변기와 세면대, 거울, 수건걸이, 때를 뒤집어 써 노랗게 색이 변한 환풍기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한 사람만을 위한 화장실은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을 엿보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화장실 옆엔 발견 당시 나온 열쇠 보관함이 보였다. 출입구와 집수정, 각종 맨홀 등 벙커 곳곳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들이 보관돼 있다.

 전시 공간과 VIP 공간을 한참 둘러보고 나니 새로 덧칠한 페인트 냄새가 남았다. 40여년 넘게 지하에 숨겨져 있던 공간인 탓에 내부 공기에 대한 걱정도 남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면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열교환기 2대를 설치해 환기하고 있다"며 "습도가 높은 지하에서도 미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항온항습기 5대를 설치해 적정 습도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각종 소방, 냉·난방 시설은 물론 보행약자를 위한 승강기도 마련돼 있다.

벙커와 전시는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매주 월요일·매월 하루 휴관)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이날 벙커를 둘러본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을 재미있는 도시 정도가 아니라 재미있어 죽을 것 같은 도시로 만들 생각"이라며 "경희궁 지하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까지 엮어 시민들에게 공개해 특별한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역사적 경험을 상기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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