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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에세이] ‘워낭소리’ 황소 묻은 자리로 돌아온 ‘농부의 아들’

‘워낭소리’를 기억하는지요.

지난 2009년 불과 6개의 극장에서 상영하기 시작한 영화 워낭소리는 점차 개봉관을 늘려나갔습니다. 한 번 본 사람이 다른 친구를 이끌고 두 번, 세 번 다시보고 이끌려간 친구는 다른 지인을 데리고 갔습니다.

개봉 37일째인 2월 19일 100만 명의 관객 수를 넘어섰고, 46일째인 3월 1일에는 200만 명, 결국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인 292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한우의 평균 수명은 15~20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농촌에서 논밭을 갈고 주인이 쒀준 쇠죽을 먹은 황소는 최대 30년 이상 살기도 한답니다.

워낭소리에 나온 소는 이런 최장수 황소보다 무려 10년을 더 살았습니다. 영화에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최 노인은 매일 소가 좋아하는 풀을 베기 위해 들과 산을 누빕니다. 

함께 일을 하러 나가서도 소가 즐기는 풀이 있으면 낫으로 툭 베어 휙 던져줍니다. 늙은 소는 얼른 베어 준 풀을 맛있게 먹습니다.

이 영화가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소를 너무 혹사시켰다며 최 노인네 가족에게 몹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명절날 최 노인과 부인이 사는 고향집을 찾았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식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두 노인을 봉양하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잘 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었습니다.

우리 고향에 남아 농사짓는 사람들 대부분이 최 노인과 같은 어르신이라는 사실을,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도시보다 할 일이 있는 고향이 좋다고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체 했습니다. 

영화 개봉 직전까지 이충렬 감독과 상의를 거듭했던 가족들은 결국 생각보다 훨씬 큰 상처를 압고 말았습니다.

고향 근처에서 각각 식당을 크게 했던 두 딸은 결국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 수명의 두 배를 산 소가 혹사 당했다고 비난하고 자신들보다 효심 지극한 자제들이 영화에 비친 모습만 보고 갖은 욕을 했습니다.

워낭소리 최 노인의 둘째 아들 종섭 씨는 오랜 타지 생활을 마치고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최 노인은 돌아가셨습니다. 종섭 씨는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셰프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고향 땅에서 축구장 크기만한 온상 여러 개를 두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무책임한 비난에 식당 문을 닫아야 했던 두 누님도 함께 일합니다.

종섭 씨는 해오름농장에서 총 1000여 종의 식용 풀과 나무를 가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얻기 어려운 각종 허브는 물론, 우리 곁에 있지만 쓰임새를 몰랐던 각종 식물을 기릅니다. 

특급호텔 셰프였던 종섭 씨는 이런 달고 쓰고 짜고 시고 매운 풀로 어떤 요리를 하면 좋은지 꿰뚫고 있습니다.

소중하게 가꾼 풀이며 꽃, 과일을 서울 특급호텔이나 강남 최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하며 우리나라 외식문화를 몇 단계 끌어올리려 합니다. 

종섭 씨는 자신을 ‘농부의 아들’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입니다. 요리사로서 프로의 경지에 올랐고 농부로서 제2의 ‘프로페셔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동규 기자  pree@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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