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지하에서도 팽창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진실을 감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동화를 통해 우리는 진실을 가두면 큰 부작용이 난다는 것을 한 번씩 가슴에 새겼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발사의 입장은 진실의 효용을 두고 갈등할 때 나타난다.
또 다른 우화가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못지않은 베스트셀러 동화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안데르센의 동화는 누구도 진실을 제시하지 않는 사회가 직면하는 위기를 우화를 통해 적시해 준다.
큰 거짓말이 진실을 이기지만 현상이나 실체는 거짓을 드러나게 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 이 동화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을 보고 관음 하는 국민들일 수 있다.
거짓이 진실로 화한 사회 그것도 100% 순도라면 희망이 거의 없다. 언덕너머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지금 여기 있어야 한다.
거짓이 삿됨을 고백하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 것이다.진짜 가장 큰 피해자는 우롱당하는 군주가 아니고 우롱하고 조소하며 침묵했던 국민이다. 그 지경까지 가도록 방치했고 ‘벗은 것’이 진실이 될 수 있도록 방치했다.
조리돌림 당한 옷 벗은 나체 임금님은 희망의 순도와 미래를 나타내 줬다. 진실을 소리로 듣게 해준 것이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의 귀’라면, 진실을 눈으로 보게 해준 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좋은 사회는 적어도 거짓이 진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장면이 있는 사회이다.거짓이 인간 세상에 없다는 것도 불가능하다.인간이 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의 거짓말은 ‘거짓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악설로 본다면 인간은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그런 것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그렇다고 인간 세상에 진실이 큰 덕목이지 거짓말이 덕목일수 없다. 승자가 되려고 보물을 얻으려고 거짓말 한다 치더라도 거짓은 거짓이다.
진실을 알리고 진실에 접근하고 진실을 그리워하는 것이 죄가 된다면 도덕적 기준이 없어지고 가치관이 무너진다.
진리는 빛이며 소금이라는 말이 있다. 진실이 없다면 세상은 썩고 어둡고 병들것이다.이런 미래는 실로 암담하다.
이런 세월이 여생을 지배하고 자손만대까지 그림자를 드리울 것을 생각하면 좌불안석이 된다. 진실이 거짓을 이기지 못하면 윤리나 도덕은 훼손된다.
진실이 피의자가 되어 거짓에게 재판 받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재갈을 입에 씌운 무리들이 득세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심지어 진실을 말하면 명예훼손에 걸려 옥살이를 할 수도 있다.
거액의 돈을 배상하거나 법적으로 큰 추궁을 당한다면 위축감이 안들 수 없다. 생활을 파괴하고 경제를 훼손하는 압력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불의에 침묵해야 살 수 있다. 불의를 못 본 척 해야 소송을 당하지 않고 손해배상도 안 치른다.
지금 힘 있는 자들은 좋은 변호사와 로펌들을 동원해 법의 올가미를 비웃으며 빠져나오고 있다. 힘 있는 공당은 국민과의 천금 같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표를 위해 사탕발림이나 하고 속고 속이는 게임이 됐다.
공인으로서의 양식이나 투표권을 행사한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거짓의 역공에 대한 학습효과가 이미 골수에까지 차 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행동을 해도 보호받고 있고 처벌되기 어렵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지금 이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가졌다면 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이런 분위기가 공기처럼 만연돼 있다는 것을 상류사회는 눈치 챘다. 굳이 구구하게 살려달라고 애걸하지 않아도 ‘염화시중’처럼 이너서클끼리는 알아서 해주는 경향까지 생기고 있다.
상류사회를 유지하는 불문율은 ‘위력’으로 진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다. ‘권력의 맛, 돈의 맛’을 본 사회는 진실을 포식하면서 거만을 떨고 있다. 이제 이 땅에서 상류사회의 범죄는 드러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역진실의 네트워크가 자동경보를 울리며 가동되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당이든, 언론이든 상류사회에는 ‘유죄’가 없다. 상류사회네트워크는 무엇을 하든 일반인은 자신들의 ‘지략’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아래에 있는 임금님 귀를 당나귀라고 외치는 겁쟁이 이발사나 벌거벗은 임금님을 조소하는 구경꾼은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