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쓰레기 수입 대란의 영향으로 정부가 플라스틱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플라스틱의 개발로 인류의 삶이 편리해진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된 모양새다.
최초의 플라스틱 발명은 코끼리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의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1869년 발명된 천연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는 당구공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열을 가하면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의 재료였다.
덕분에 상아, 거북이등껍질을 대신해 장신구와 단추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에는 열에 강한 합성수지가 발명돼 전자제품에 쓰이기 시작했으며, 1930년대에는 지금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비닐봉지, 페트병의 재료인 폴리에틸렌이 발명돼 인류의 혁신이란 평가가 쇄도했다.
이제는 플라스틱이 지구를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가 됐으니 혁신이라는 것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환경부의 발표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부터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게 될 경우 음료 1잔 당 최대 300원까지 할인 받게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등 20개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10% 가격 할인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방침을 발표하기 전 업체들과의 조율을 우선하지 않고 나중에야 업체들을 불러들여 상황을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즉 ‘너희들은 알아서 따라만 와라’는 식의 독단일 수 있는 장면이다.
어찌 보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전문점 등 외식업계 다수가 정책을 홍보하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는 문제다. 더욱이 가맹점주들은 가격할인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처지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 이후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했다는 볼멘소리다. 관련 업계와 세밀한 협의 없이 결과내기에 급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특히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해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단 내용은 자율적 동참이 아닌 ‘압박’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와의 긴밀한 대회 속에 서로가 최선의 수를 찾을 수 있는 수읽기에 나서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작한지는 매우 오래된 일이다. 1991년 1월 1일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27년째를 맞았다.
당시만 해도 재활용품 빈도가 많지 않다보니 월 1회 내놓는 수준이었지만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일반쓰레기보다 재활용 쓰레기의 분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하루만 지나도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차는 모습은 이제 놀랍지 않은 풍경이다.
정부는 이번 중국발 쓰레기 수입 문제가 대두되기 전 이러한 상황이 올 것인지 한번이라도 대비했는지 묻고 싶다. 27년의 세월동안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책 하나 없이 그냥저냥 묻어간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단지 국민에게 비닐봉지와 종이컵 줄이기를 하라고 외치는 건 직무유기가 아닐까.
현재 우리 시대는 플라스틱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플라스틱이 없으면 생활 곳곳에서 큰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현 상황을 냉정히 보고 안전과 편리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과 실행, 그리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