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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생계형 적합업종, 융복합 시대의 ‘언밸런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상시근로자 5~10인 미만 소상공인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즉 소상공인 생계에 영향을 주는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게 만들겠단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에 포함된 73개 업종을 중심으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할 수 있다. 영세한 도매·소매업이나 식자재납품업, 음식점업, 공구상 등이 대상으로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제도’가 있는데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맡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도 시행되는 중이다. 기존 두 가지 규제와 이번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상만 다를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두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업그레이드판 ‘촉촉수’라 봐야 할까. 어떻게든 강력하게 몰아떨구기로 뭔가를 잡아야 속이 풀리겠다는 비장한 결의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이전의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적합업종의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할 기세다. 과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두부의 경우 대기업이 시장에서 빠지자마자 국산 콩 농가 수입이 급감했다.

막걸리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되고 난 뒤 단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15% 폭삭 내려앉았다. 알다시피 지금의 막걸리 시장은 회복이 요원할 정도로 엉망진창인 모습이다. 특정 식품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해온 중견기업도 관련 제도에 발목이 잡히며 한 단계 도약할 길을 잃어버렸다.

생각해보자. 지금의 시장 구조에서 대기업의 생산 물품을 모두 제외한다면 시장은 과연 어떻게 돌아갈까. 대기업 계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장류나 떡 등 각종 식품들을 생산하는 업체까지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글로벌 시장까지 나아갈 수 있는 원천이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소상공인 영역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꼬집어봐야 한다. 조금만 살펴봐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의 충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백종원 대표의 인기를 발판 삼아 고속 성장을 거듭한 더본코리아만 봐도 논란이 지속된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영역인 한식부터 중식, 주점, 커피점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으로 쳐주기 때문에 규제는 없다.

여기에 정부의 역차별 문제부터 통상마찰 가능성은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경우 대기업이 철수한 이후 오스람,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점령했다.

단체급식시장도 한때 중소기업을 살리겠단 취지로 공공기관의 대기업 위탁을 금지했지만 결국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과 아라마크와 같은 외국계만 좋을 뿐이었다. 형평성에 문제가 된다며 외국계를 시장에서 내쫓을 경우 해당 국가에서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정부는 29일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에 9조 원의 예산을 투자해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4차산업혁명을 육성하겠다는 큰 그림에 이러한 규제가 공존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4차산업혁명의 주된 특징인 산업 간의 융복합을 이해하고 있다면 지금의 모습은 초점이 한참을 빗겨나갔다.

지나친 규제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산업의 퇴보와 개인의 선택권마저 제한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 문재인 정부가 미래 산업의 육성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우선 존중하고 볼 일이다.

심우일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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