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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탄력근무제 호소, ‘돌연사’ 흔적 걸림돌?

IT업계가 탄력근무제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자동화 설비 구축 등 개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IT업계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등 SW 관련 주요 11개 단체는 ‘근로시간 단축 추진과 관련한 SW산업계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IT업계의 특성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수주를 통해 발주처의 요구를 맞춰야하거나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업계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다.

유지보수의 경우 예기치 않은 장애 발생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며, 정보보안 관제 서비스의 경우에도 해킹 공격이 24시간 이뤄지고 국가 사이버위기경보 발령 시 초과근무 발생을 막을 수 없다는 사례를 들었다.

관련 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려면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의 유연한 적용 △빈번한 과업변경이나 추가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감독 강화 △예산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현행 1개월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과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6개월 이상 최대 1년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불가피한 초과근무가 발생하면 별도 휴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어 법정근로시간 축소로 발생할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계약금액이나 계약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며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공공 SW사업의 경우는 이전 연도에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하지 않고 확정한 사업예산인 만큼 이에 대해 필요시 경과기간을 두고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주5일 근무제 시행 당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가 업체의 책임이 아닌 요인에 대해 계약금액이나 기간을 조정하도록 한 회계통첩은 이번에도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발주자의 사정으로 계약금액이나 계약기간 조정 없이 법정근무시간 외 휴일·야간작업을 지시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줄 것도 건의했다.

이밖에 근로시간단축 시행일 이전 사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이전의 예산과 계획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예외로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국가 안보에 연관된 대국민 서비스 관련 IT시스템 장애대응 업무 역시 근로시간 단축에서 예외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종사자 교육 강화를 통한 생산성과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신규채용 확대를 통한 기업 근로환경 개선과 산업 전반의 고용효과 창출을 이루겠다”며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미시행 중인 300인 이하 하도급, 공동수급자 등에게 업무·책임 전가를 금지하는 자정 캠페인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IT업계의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각 업계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데다 지난해 근로자 돌연사에다 자살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업무 강도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이후 사내 근로 복지 등 자정안을 만들면서 ‘야근의 무덤’이란 오명에서 탈피하려 했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미국 IT업계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정이다. 지난해 보안 전문 업체 파사이트 시큐리티(Farsight Security)는 360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57%는 주말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강도 높은 업무에도 불구하고 97%는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강희영 기자  pree@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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