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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비닐봉지 평균 4장, 덴마크에서 배우자

최근 언론을 통해 부각된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우리의 재활용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혼란이 야기되자 청와대는 관련 부처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환경부를 압박했다. 환경부는 또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 처리업체들과 협의하겠다면서 민간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이미 올 1월부터 중국 정부가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를 선언한 터였다. 대응책 마련이 급한 상황이었지만 뒤늦게 파장이 커지자 그때서야 수습에 나선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비롯해 패스트푸드점 등 일회용컵 사용 비중이 많은 외식업체들과 협약을 맺은 것도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느낌이 강하다. 협약을 맺은 외식 브랜드들이 일회용컵 줄이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민간의 자율성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최소한 ‘당근’이라도 물려줄지 아니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지 노선을 정하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90%에 이르는 등 친환경 정책의 모범국인 덴마크를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덴마크 정부는 플라스틱병과 유리병을 포함, 재활용 쓰레기의 수거를 높이고자 증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 내 판매되는 맥주, 소프트드링크, 생수 등을 담은 병(플라스틱, 유리병 포함)과 캔 제품을 판매할 때는 의무적으로 증거금을 내야만 한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용기의 용량 및 재질, 또는 재활용인지 재사용인지 활용 여부에 따라 각각 A, B, C등급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증거금이 부과된다.

덴마크 3000개 대형 매트에는 증거금 마크가 찍힌 병과 캔을 회수하기 위한 자판기가 구비돼있다. 자판기에 빈병이나 캔을 집어넣으면 증거금이 합산돼 찍힌다. 소비자는 증거금을 기부할지 아니면 슈퍼마켓에서 사용가능한 바우처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빈병과 캔을 수집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덕분에 수거율이 한층 더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12개 시에서는 증거금 회수 은행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정된 가방에 최대 90개의 병과 캔을 담아 가져다 주면 나중 은행계좌로 증거금을 송금해준다. 지난해는 약 10%만이 회수되지 않을 정도로 증거금 제도는 재활용 시스템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비닐봉지도 엄격한 제재를 가하면서 사용량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덴마크는 지난 1994년부터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해 현재 1인당 비닐봉지 소비량은 4개에 불과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1인당 비닐봉지 소비량 연 420개다.

그럼에도 덴마크 정부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비닐봉지 소비량을 더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실천 의지를 바탕으로 각 기업들 역시 친환경 제품 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도 쇼핑할 때 장바구니를 항상 구비하고 다닐 만큼 친환경 실천이 몸에 뱄다.

우리 생활에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많이 미흡한 편이다. 소비 행태를 바꾸지 않고서는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당국은 지금이라도 장기적 방향에서 새로운 틀을 잡아야 한다. 채찍과 당근이 어우러진 혜안은 무엇일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이기호 기자  pree@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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