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론] 방화, 쾌락이 동반된 해방감 … 국가적 관심 필요하다

어처구니없는 방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명의 사망자와 30명의 부상자를 낸 전북 군산 주점 방화 사건은 계획범죄로 알려져 분노를 키우고 있다.

처음에 술값 시비로 홧김에 벌어진 방화로 알려졌지만, 나중 경찰 조사 결과 인명 피해를 키우기 위한 치밀한 사전작업 정황이 밝혀져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올 초에 발생한 서울 종로 여관 방화도 전말이 충격적이다. 여관 주인이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며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지른 것이다. 투숙객 5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되고 말았다.

조선시대만 해도 방화에 대한 처벌은 극형에 가까웠다. 실수로 자기 집을 불태웠더라도 곤장 100대, 자기 집과 이웃집, 관아를 불태운 자는 곤장 100대와 3년 유형(流刑)에 처했다. 현재 실화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손해배상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격하다.

고의로 관아나 민가의 창고를 불태우면 참형(斬刑)에, 주인집에 방화한 자는 교살형(絞殺刑)에 처했다. 방화는 여지없이 죽음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지금도 방화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에 해당돼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심신미약 등 여러 감경요소가 있어 조선시대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다수의 전문가는 방화를 두고 ‘선진국형 범죄’란 미묘한 뉘앙스를 붙인다. 즉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더욱 늘어나고, 소외계층의 사회적 불만이 방화로 표출된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방화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죄의 유혹이 상당히 높다.

심리분석가들은 방화범 대다수가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활활 태우는 듯 쾌락이 동반된 해방감을 맛본다고 한다. 불을 지르고 나서 현장을 떠나지 않는 방화범들이 다수인 점이 이를 입증한다.

쾌감의 경험은 나중 중독 증상까지 불러온다. 방화범들 중 절반 이상이 재범자라는 통계치도 나온 바 있다.

방화 전 음주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알코올의 힘에 의존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만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는다. 방화를 저지를 만큼의 말짱함은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방화는 열등감과 소외감, 분노, 좌절 등이 결합된 일종의 심리적 문제가 발단이 된다. 

혹자는 방화가 줄지 않는 점이 약한 처벌 때문이라며 처벌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만 방화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지만 처벌 기준보다도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해결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처벌 강화는 임시적 방편이다. 사회 전반을 되짚어보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케 할 수 있다.

한 수사관은 방화범들 다수가 정신질환이 있는 소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애정결핍증을 가진 이들이라 말한다. 진심으로 고민을 들어주면 울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 사람들이다.

과거부터 화상은 ‘천형’(天刑)이라 할 만큼 끔찍한 고통이 뒤따른다. 방화범들도 범죄 후 자신이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극악한 짓을 저질렀는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분노와 쾌감이 죄의식을 이길 만큼 강렬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방화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단순히 개인 범죄로 보고 소홀히 한다면 방화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국가적 관심과 함께 우리 모두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리는 ‘정’(情)의 감성을 살리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따뜻한 정만이 방화를 낮출 수 있는 예방 백신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나도 힘든데 누구를 돌아보겠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정이란 백신을 맞는다면 그 말은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남을 돕는 과정이야말로 나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핵심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심우일 기자  press@cbci.co.kr

<저작권자 © CBC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우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 STORIES
PREV NEXT
여백
오피니언
PREV NEXT
여백
#의식주
PREV NEXT
여백
LIFE & MEDI
PREV NEXT
여백
소셜라이브
PREV NEXT
여백
여백
포토
PREV NEXT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