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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 52시간 근무 ‘저녁 있는 삶’, 스타트는 끊었다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우선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장시간 근무로는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일중독 국가인 우리나라가 소위 ‘저녁 있는 삶’에 나선다는 자체가 경이롭다는 느낌이다.

각 기업의 경영인들 내심은 어떨까. 기업의 존립 목적이 이윤이라면 인건비 대비 효율성을 내야 마땅하건만 줄어드는 근무시간만큼 생산성과 효율성을 뽑아낼 수 있을지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클 것이다.

행여는 생산성을 이유로 노동자 대신 기계로 대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외식업계에서는 키오스크로 주문 인력을 대신하고 있고 AI(인공지능) 셰프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 어떤 기업들은 벌써부터 주요 업무가 아닌 기타 업무들을 대부분 위탁 아웃소싱으로 외주 처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아예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자본을 대거 이동시키려는 고민도 있다고 한다. 이러면 애초 문재인 정부의 고용 창출을 바탕으로 한 저녁 있는 삶은 단단히 틀어지고 만다.

그러나 실제 해외에다 자본을 뭉텅 빼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상 현 정부에 미운털을 박히면서 해외에 ‘올인’하기란 마치 도박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최저임금부터 노동시간 단축까지 순식간에 모든 것이 이뤄졌다. 지난 2월 27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이제 겨우 4개월여를 지난 시점이다. 현장에서 4개월 만에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자체가 ‘무리수’임이 분명하다.

정부도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한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진 못할 것이다. 최대한 유예하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예가 문제가 아니다. 각종 부작용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완충장치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최근 전남지역 버스업계 노사가 주 52시간 등 달라지는 근무체계를 두고 갈등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현장에만 맡기지 말고 이럴 때 직접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 보길 바란다. 현장에 대한 맷집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례다.

특히 업종별 노동 실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업종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한 덩어리로 묶어버린다면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또한 주 52시간제의 대안으로 지목되는 탄력근무제가 앞으로 노사 간의 원활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시행 초기라 수면 위에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업들도 이번 정책에 불만이 많겠지만 큰 틀에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영국 산업혁명 초창기의 노동자들은 ‘노동의 지옥’을 맛봤다. 엄마 품에서 응석받이가 돼야 할 시기에 공장에 나가 매일 16시간까지 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런 혹독한 노동 조건에 노동자들의 건강은 온전할 수 없다. 당시 상류층들의 평균 수명은 50세 이상이었지만 노동자들의 수명은 길어야 30세였다. 맨체스터 노동자 평균 수명은 17세, 리버풀 노동자 평균 수명이 15세라는 끔찍한 통계치도 나온 바 있다.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을 보면서도 이윤만을 생각하는 경영주들의 물질만능주의는 결국 수많은 이들을 비명횡사시켰고, 나중에는 일할 사람마저 부족해지게 됐다. 국가도 결국 기업의 경제활동에 마음껏 자유를 누리게 하고 일절 간섭하지 않는 자유주의가 인간의 탐욕을 증명해주는 본보기가 되고 말았다.

물론 위의 사례는 자유주의 초기의 극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양심을 팔아먹는 경영주들이 더러 존재하기도 한다.

이제 출발선을 끊었다. 이건 정부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 기업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다. 내수 경제로 지탱할 수 없는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가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인간답게 사는 삶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모두가 머리를 싸매야 한다.

심우일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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