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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역전쟁, 중국이 보여준 글로벌 ‘내로남불’

중국의 ‘굴기’(屈起·우뚝 섬)가 대단하다고 해야 될까. 1990년대 소련의 해체 이후 명실상부하게 유일한 패권국가로 자리 잡은 미국에게 중국은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단순히 신흥대국이 아닌 G2로 당당히 맞서겠다는 자세는 이번 ‘무역전쟁’이 의외로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최근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관세라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도처에서 협박하는 무역패권주의에 중국은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했다.

이같은 말은 현재 중국의 고자세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가늠하고도 남는다. 패권국을 향해 ‘몽둥이’와 ‘협박’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마치 네가 펀치를 날리면 나는 카운터펀치를 날려버려 KO 시킬 수 있다는 기세등등함이 느껴진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이러한 모습에 이미 자존심에 상처가 났을 터다. 생채기가 아닌 깊게 패인 상처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영화는 이제 끝난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조롱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번 무역전쟁이 어떠한 결말을 맺을지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두 강대국의 싸움은 차치하더라도 이 둘을 바라보는 우리는 어떤가. 양국의 싸움 결과를 떠나 헤게모니 전쟁으로 치닫는 파장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그간의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이중적인 면은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외교적 전략을 가져야할지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2년 동안 사드보복조치로 수많은 피해를 봤다.

셀 수 없는 기업들이 대중국투자금을 허공에 날렸고, 그동안 ‘요우커’(遊客)에 열광했던 관광산업은 얼마나 안일한 자세로 임했는지 부끄러운 낯짝을 드러내고 말았다. 각 분야마다 쓰디쓴 맛을 제대로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만들어줬다.

사드 배치를 두고 왕이 외교부장이 사드기지에 대한 선제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때 많은 이들은 암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마치 조공을 바치던 옛날 옛적의 향수에 사로잡힌 중국의 본심을 확인하는 것처럼 암담함이 더해졌으리라.

우리는 중국의 뼛속 깊이 자리 잡은 봉건주의 시대의 ‘중화주의’ 주창을 목격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란 힘을 갖게 되면서 약소국들은 철저히 밟고 미국에게는 정의를 운운하는 중화주의의 실상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주요 관영 언론들이 “미국의 불의하고 무리한 행동에 대해 전 세계는 연합해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다. 

이 정도면 진정한 글로벌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간 중국이 보여준 행동에서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전 세계 언론은 이번 무역전쟁의 배후를 바라본다면 싸움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공작이라는 이유가 주된 배후라는 것이다. 

어찌됐던 두 나라의 갈등 속에서 우리는 ‘세고취화’(勢孤取和)의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이 싸움을 관망만 하지 말고 작은 실리라도 취하는 ‘어부지리’(漁父之利)의 방법이 무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한다.

우리는 중국의 ‘힘자랑’에 힘들어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또다시 역사의 비극을 반복해선 안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외교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심우일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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