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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펄펄 끓이는 ‘열돔현상’ … 지구온난화의 숙명일까
지난 2015년 6월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 폭염을 피하고자 수많은 이들이 운하에 몰렸다.

한반도가 끓어오르고 있다.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서울의 기온이 섭씨 35도를 웃도는 날씨가 연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러한 폭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일대에 공통된 현상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폭염의 주된 원인으로 ‘열돔현상’(Heat Dome)을 꼽고 있다. 태풍과 같이 강력한 외부세력이 열돔현상을 밀어내지 않는다면 이달 내내 폭염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열돔현상이란 지상에서 약 5~7km의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반구형태의 열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즉 상공에 발달한 높은 기압이 뚜껑 역할을 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지 못하도록 해 뜨거운 공기가 연이어 일정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와 중국, 일본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열돔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동북아시아 서부지역 티베트 고원지대에서 지구 자전력 영향으로 이동한 티베트 고기압이 열돔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티베트 고기압은 지구 온난화 여파로 올해는 예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라 강한 세력의 고기압을 만들어냈다.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과 만나 열돔현상의 확장선을 넓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790km 부근 해상에 위치한 제10호 ‘암필’(AMPIL)이 동북아시아 일대로 이동하거나 또 다른 태풍이 만들어져 한반도 부근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상 열돔현상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열돔현상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열돔현상과 비슷하게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이란 개념도 쓰인다. 열섬현상은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자동차 통행으로 인한 열, 각종 기기에서 내뿜는 열 등 인위적으로 내뿜는 열로 인해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열돔현상은 열섬현상의 상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열돔현상이 발생하면 기온이 5~10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 폭염과 열대야는 물론 가뭄과 산불 발생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열돔현상의 기장 큰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보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1980년과 비교해 약 0.8°C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2060년대에 들어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북미와 남미, 중부 유럽, 동북아시아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폭염이 극심해질 것이라 경고했다.

의료분야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은 지난 1981~2010년 유럽에서 발생한 기후재난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 폭염으로 인해 2071~2100년 유럽에서 매년 15만여 명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 기온이 높은 유럽 남부는 물론이며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지 않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의 북유럽도 고온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폭염은 인명 피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전 세계 식량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도로 아스팔트와 공항의 활주로를 녹아내리게 하거나 차량이나 비행기 엔진의 고장 원인이 돼 대형 교통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공장이나 도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많음에도 대다수 피해가 이와 무관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서 폭염 때문에 작물 생산량이 낮아져 극심한 식량난에 노출된 이들 중 6만여 명이 매년마다 목숨을 끊는다고 전해졌다. 현재 세계 인구의 30%가 연간 20일 이상 치명적인 폭염에 노출되고 있으며, 대다수 빈곤국 국민에게 몰려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획기적인 방법으로 대대적인 감축에 나서더라도 도시의 폭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는 짧게는 12년, 최장 3200년이나 공기 중에 잔존한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들은 힘의 논리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안에 비협조적이다.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합의기구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 모인 195개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합의한 사항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학자들의 거짓말”이라며 온난화로 인한 대재앙 경고가 날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노선은 화력발전소 등 전통적 석탄 산업 부흥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인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전체 배출량의 70%)은 중국(20.09%), 미국(17.89%), EU(12.08%), 러시아(7.53%), 인도(4.10%), 일본(3.79%), 브라질(2.48%), 캐나다(1.95%), 한국(1.86%), 멕시코(1.70%) 순이다. 우리나라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에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김석진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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