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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광장’ 거목 타계 … 타고르의 나라로 향한 배는
고(故) 최인훈 작가.

소설 '광장'을 저술하며 한국현대문학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 최인훈이 23일 오전 10시 46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올 초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이어갔던 고인은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암 발견이 늦어 전신으로 암세포가 퍼졌다.

1934년(정식 출생 기록은 1936년) 함경북도 회령 생인 고인은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최국성은 목재 상인이었고 집안은 제법 부유한 편으로 알려졌다. 해방 이후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하자 그의 아버지는 부르주아로 지목, 결국 다른 지방으로 이주를 결심한다. 1947년 아버지를 따라 함경남도 원산시로 이주했으며 자전소설인 ‘화두’의 내용에 따르면 원산에서 학교를 다닐 때의 경험이 나중 소설을 쓰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원산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 전쟁이 터지자 철수하는 국군을 따라 남쪽으로 피난한다. 피난민 수용소에서 잠시 머물다 친척이 있는 전남 목포로 이주한다.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지만 이후부터 문학에 빠지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졸업 마지막 학기를 남겨 두고 1957년 서울대를 중퇴하고 장교로 임관해 군 복무를 했다. 통역장교로 7년이나 근무할 정도로 군생활을 오래했다. 그의 대표작인 장편소설 ‘광장’은 군복무 시절인 1960년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

앞서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그해 ‘라울전’이 추천을 받아 정식으로 소설가가 된다. 1960년 광장은 문학사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인훈을 유명 소설가의 반열에 올려준 대표작이다. 문학 평론가들 사이에 “1960년은 정치사적으로 4‧19의 해였다면 문학사적으로는 광장의 해”라는 말까라 나올 정도였다.

이후 ‘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 ‘가면고’, ‘총독의 소리’ 등을 발표했고 돌연 미국으로 가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온달 설화를 희곡으로 각색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이야기를 희곡으로 만든 ‘둥둥 낙랑둥’, 아기장수 설화를 모티브로 한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의 희곡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미국에 있는 기간에 소설은 단 한편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광장을 세련된 순우리말로 개작해 다시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나중 최 작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독재 정권에서 신음하던 시절에 자신은 미국에서 자유롭게 살았다는 것을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뉘앙스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1977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임용돼 2001년 5월까지 재직했다. 1994년 자전 소설인 ‘화두’를 발표했다. 한국사의 대표적 사건들에 대해 자신의 감정과 그 흐름에 맡긴 삶에 대한 복잡한 감정 등을 남기고 있다. 2012년에는 에세이&소설집 선집인 ‘바다의 편지’를 내놓았다.

문학계에서는 최 작가의 작품 특징을 두고 이데올로기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언제나 사랑을 강조한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평가다. 현실의 힘겨운 상황 앞에서 사랑이라는 위대한 이상을 좇아 투신한다는 내용 등이다. 대표작 광장의 경우 주인공 이명준이 어머니로 표상되는 원초의 광장, 사랑의 광장인 바다에 투신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광장으로 인해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다룬 작가로 유명해졌지만 나머지 작품은 이데올로기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오히려 희곡에서 더 많은 열정을 쏟아내 국내 희곡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손꼽힌다. 수상에는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02-2072-2020)이며 유족으로 부인 원영희 씨와 아들 윤구, 딸 윤경이다.

최재원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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