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리콜(시정명령) 조치에 들어간 BMW 520d 승용차에서 또 불이 났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오전 11시 47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최모(29)씨가 몰던 BMW 520d 승용차 엔진 부분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최씨는 경찰 진술을 통해 주행 중 가속 패들이 작동하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운 순간, 곧바로 차량 보닛 부분에 불길이 치솟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는 최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앞서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에도 경인고속도로 가좌IC 인근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BMW 420d 차량이 똑같이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만 주행 중 화재사고가 20여 건에 달하고 있어 BMW 차량에 전반적인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BMW코리아는 연이은 화재 사고를 두고 엔진에 장착된 EGR 결함으로 추정하고 있다. EGR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다만 해외에서는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사고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화재 위험 등으로 BMW 차량 100만 대가 리콜됐으나 EGR 결함이 아닌 배선 과열 등 다른 요인이었다.
BMW코리아 측은 한국 수출용 차량의 EGR만 결함이 있는 것으로 장착한 것이 아니냔 의심이 불거지자 “리콜 차량은 모두 독일에서 제조해 다른 나라로 수출한 차량과 동일한 부품”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BMW 주행 화재사고는 올해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3달 동안 주행 화재사고가 8번이나 일어났다. 이에 BMW코리아는 2016년 5월 18일 13개 차종 1700여대의 연료 호스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조치를 실시했다. 다만 연료 호스 결함과 차량 화재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 뒤에도 주행 화재사고가 이어졌지만 사측은 불법 개조 등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반복되는 사고에 결국은 지난달 26일 42개 차종 10만6317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조치에 나섰다. 현재 해당 차종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께 부품 교체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30일에는 BMW 차주 4명이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차주들은 소장을 통해 “차량이 완전히 수리될 때까지 운행할 수 없고 리콜이 이뤄지더라도 화재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수 없어 잔존 사용기한의 사용이익을 상실했다”며 “리콜 대상에 해당하는 차량이 10만 대가 넘는 상황에서 부품 공급이 지연돼 리콜 실시 지연도 명백하므로 차량 운행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BMW코리아가 결함을 은폐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2015년부터 520d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연이어졌지만 EGR 부품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화재 위험에서 지속 노출돼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위자료도 청구했다.
단체 소송과 별개로 직접 화재를 경험한 차주 1명도 BMW코리아를 상대로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