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원 지사는 8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과 함께 하는 혁신성장회의’를 통해서 ‘제주도 블록체인 특구 운영을 위한 제주-정부 합동TF’를 건의했다. 이날 회의는 시도지사협의회장 및 경제부총리가 공동 주재한 가운데 17개 시·도지사와 14개 부처 장관 등 총 50여 명이 참석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이 역동성을 발휘하기 시작한 지금, 실패와 부작용이라는 과정도 있겠지만 순기능을 살리며 성장시키고 주도해나가야 한다”며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이면서 특별자치도이기에 규제와 혁신의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구체적 추진 사항으로 △제주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시장질서 유지 위해 네거티브 규제 도입 △글로벌 기준을 상회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만 허용 △거래소의 일자리 창출 △세금 외환 기준 제시 및 준수 여부 검증 △블록체인 기업의 사업 검증 안전장치 적용 및 투기·사기성 비즈니스의 진입 규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원 지사는 “암호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을 간과할 경우 플랫폼 주도 기회를 상실하면서 플랫폼의 소비자로 남을 수밖에 없던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며 “개발된 것을 갖다 쓴다는 소비자적인 접근보다는 대한민국의 주도로 지분을 선점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규제에 들어간 ICO(암호화폐거래)를 두고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를 수용해 혁신 창업가들이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탈중앙형 시스템인 블록체인을 핵심으로 한 암호화폐는 단순히 투기성 이윤만을 목적으로 한 부도덕한 것이 아닌 매우 경제학적인 자산의 유통 절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를 통해서만 블록체인 영역의 인재와 기업, 거래소 등의 유관기업들이 모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기술의 불완전성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는데다 최근의 문제는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나오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지난 3일 ‘글로벌 블록체인 카니발: 코리아 컨퍼런스’를 통해서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활성화를 위해 긍정적인 시야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원 지사는 “대한민국은 블록체인 산업에 있어서 매우 잠재력이 큰 나라”라며 “현재 ICO 전면 금지와 같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만드는 변화를 위기요인으로 보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잠재력을 활용해 기회로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함은 물론 제주코인 발행을 통해 새로운 경제 모델의 가능성을 검증해 볼 것”이라며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해 민간주체들이 ICO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 지사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모습이다.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에 하나인 블록체인을 활성화시키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개방과 수용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암호화폐 관련 시장에서는 ICO가 허용된다면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란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ICO를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스위스, 싱가포르, 몰타 등 블록체인 특구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ICO가 시장 촉매제 역할을 하는 중이다.
만약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원 지사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은 속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각 지역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고자 새로운 유형의 특구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