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식시장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 가중, 식자재비 인상 등 매장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배달과 테이크아웃만을 전문으로 하는 ‘고스트’(Ghost)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스트 식당은 매장 내 식사를 할 수 없다는 단점에도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을 내세우면서 이용 고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캐나다 식품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681억 달러(76조993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한 규모를 보였다. 올해는 4.3% 성장이 전망된다. 오는 2021년에는 780억 달러(88조1868억 원)로 성장하는 등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식품서비스 성장은 가계 소득증가, 주택가격 상승, 고용시장 안정으로 소비 의욕이 높아져 외식 소비가 촉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 관광객 유입 증가로 현지 식당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속적인 이민자 유입 증가와 도시화 가속화 현상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캐나다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식당 배달+앱 배달) 규모는 14억6800만(1조6,597억 원) 달러로 지난 2년 동안 60.6%의 가공할만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 식당 배달이 11억7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앱 기반 배달서비스가 66.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식당배달 서비스(59.2%)를 앞지르고 있다. 모바일 주문 고객수와 식사 배달 키트의 폭발적인 증가로 2022년 까지 앱 기반 배달서비스는 전체 배달시장 점유율의 2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시장의 급성장은 캐나다 외식산업에서 인건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상권이 잘 발달한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 나서면서 외식 매장마다 인건비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35%는 19세 미만 학생으로 대부분 외식산업이나 소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온타리오 지역은 최저임금을 14캐나다달러로 책정하면서 캐나다 지역 중 가장 높은 최저임금을 기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15캐나다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앨버타도 지난해 10월 최저임금을 13.60캐나다달러로 인상 책정했으며 올 10월에는 캐나다 최초로 15캐나다달러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도 지난 6월 최저임금을 12.65캐나다달러로 인상하는 등 근 4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 34%를 기록했다.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일자리 공석(비어있는)에서 외식업&숙박업 부문은 4.0%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3.6%에서 0.4%p 증가한 것이다. 이는 전체 직업군 중 농림&수산업(6.9%)과 레크리에이션(4.8%) 업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식자재비 인상도 외식업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1일 발효된 캐나다의 대미 철강 보복관세 영향으로 식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캐나다 주요 소매점인 Loblaws, Walmart 등은 미국산 수입 소비재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과 유가상승으로 인한 운송비 인상에 10~20%가량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배달과 테이크아웃만을 전문으로 한 고스트 식당의 등장은 이러한 캐나다 외식업계를 둘러싼 환경적 악재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자 새로운 트렌드로 작용하고 있다.
고스트 식당은 고객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메뉴를 손님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지만 외부 손님을 위한 별도의 식사 공간은 제공하지 않는다. 일반 식당처럼 고객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하며 각 메뉴마다 다양한 고객 맞춤형 선택옵션을 넣으며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대다수 고스트 식당들은 UberEats, Foodora, Skip the Dishes, Just Eat, Yelp 등 배달전문앱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이들과의 제휴로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으며, 음식을 픽업해주는 배달 위탁 대행 서비스 이용으로 인건비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현재 캐나다 고스트 식당들은 동부에 몰려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고스트 식당 운영업체 중에 하나인 Dekotas그룹은 서부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스트 식당은 메인 요리는 물론 샐러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50~60가지 이상의 폭넓은 메뉴를 보유하면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의 입맛을 잡고자 신메뉴 개발에 지속적으로 나서는 등 운영 메뉴가 한층 늘어날 것이란 현지 업계 전망이다. 고스트 식당은 대부분 조식은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브런치(이른 점심)와 야식 배달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외식업계는 고스트 식당이 당분간 인기를 지속할 것이란 예측이다. 김훈수 코트라 캐나다 밴쿠버무역관은 “고스트 식당은 최소한의 조리사와 주방 공간, 장비만으로 창업은 물론 운영이 가능한데다 값비싼 임대료, 직원, 테이블 및 홀 공간 등의 불필요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메뉴를 달리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배달전문앱 운영 기업과의 협업으로 고객 모객에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배달과 테이크아웃 전문으로 나서면서 기존 전통 식당들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스트식당의 매력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캐나다 고스트 식당은 시장 초기단계로 경쟁이 심하지 않다”며 “메뉴도 대중적인 패스트푸드 등에 치중된 편이며 동양 요리 전문점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UberEats가 자체 배달 통계를 낸 결과 앞으로 피자, 채식주의 요리, 스시 등이 고스트 식당 메뉴로 유망하다”며 “실제 주요 대도시에는 동양인 이민자 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동양음식에 대한 배달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