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CTV와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가 애플을 겨냥해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자 애플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2만5000여 개에 달하는 앱을 삭제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애플이 음란물, 도박, 가짜 제품 등 정부 당국이 금지한 콘텐츠를 제대로 필터링하지 못한다며 애플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관련 업계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애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비판에 애플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해득실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애플은 20일(현지시각) 공식 성명을 내고 “도박 앱은 불법이며 중국 앱스토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앱스토어에서 불법적인 도박 앱과 개발자들을 제거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벌어들이고 있다.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지만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3%였던 애플은 지난해 한 자릿수인 9%까지 떨어졌고 올해에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공들이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수년간 중국을 방문하며 ‘저자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단 한 차례만 중국을 방문했던 것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연간 두 차례나 방문했고, 2016년부터는 연간 최소 3차례나 방문할 만큼 중국 시장 여론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 사용자들에게 편리할 수 있는 특별 기능을 추가했고 중화권 사업을 총괄하는 신설직에 중국계 임원을 앉히는 등 납작 엎드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이러한 모습이 매우 모순되고 차별적이라는 비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시장점유율은 물론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같이 인구가 많은 나라에 비해 구매력이 낮다는 이유로 AS 등 다양한 서비스 부문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됐지만 개선책은 미미하다는 목소리다.
일례로 애플은 한중일 3국 중 아이폰으로 교통카드나 애플페이 서비스를 사용을 가장 늦게 시행했다. 파손 보험격인 애플케어플러스도 비슷하게 타 국가보다 시행이 늦었다. 애플스토어는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적어 AS와 제품 환불 등에도 애를 먹고 있다.
애플스토어는 중국이 2008년, 홍콩은 2011년, 일본은 2003년에 들어섰다. 한국은 지난해야 애플스토어가 생겼다.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된 지 8년 만이다. 어느 나라보다 차별이 심하지만 애플은 한국에서 매년 1조 원 이상을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