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 도입을 금지한 가운데 호주 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 화웨이와 ZTE의 5세대(5G) 통신장비 도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흐름에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쥐겠다는 중국 정부의 청사진이 틀어지고 있다. 서구권의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면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중국과 5G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주 정부는 22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국가 주요 정보를 탈취할 가능성이 있는 공급업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 정부는 국가 핵심기술을 보호할 임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중국업체를 직접적으로 지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실질적으로 중국업체 화웨이를 지목했다는 해석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5년 통신분야안보개혁(TSSR)을 발표하면서 통신장비 업체들에 확인되지 않은 접근과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법적 효력의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특히 호주는 지난해 샘 다스티아리 노동당 상원의원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로비성 지원금을 받고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두둔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국민적 반중 정서가 확산되는 형국이다.
화웨이는 호주 정부의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직접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호주 정부 이러한 방침에 따라 화웨이와 5G 통신장비를 시험 운영하는 호주 양대 이통사 보다폰과 옵터스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 그동안 화웨이와 계약을 맺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구상해왔던 터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호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5G 통신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서구권이 중국을 은밀하게 배제시키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중국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명령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자국 통신사들에게는 중국산 5G 장비 도입을 가급적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가성비 전략이 조화를 이루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세를 몰아 글로벌 IT 시장에서 초일류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 정부의 지나친 관여에 발목이 잡혀버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