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동영상 전문 웹사이트 ‘유튜브’가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버추얼 유튜버’(バーチャルユーチューバー, Virtual YouTuber) 혹은 ‘브이튜버’(Vチューバー, VTuber)라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유튜버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버추얼 유튜버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버추얼 유튜버는 해당 콘텐츠 진행자가 실시간 동작감지 기기를 착용한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진행자의 움직임을 파악한 3D캐릭터가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다. 즉 3D캐릭터를 뒤에서 조종하면서 3D캐릭터에게 프로그램을 대신 맡기는 개념이다. 실시간 동작감지(모션 캡처) 기기를 착용한 진행자가 눈을 깜빡이거나 팔을 흔들면 3D캐릭터가 그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 2016년 10월 유튜브에 ‘A.I.Channel’이라는 채널을 개설한 ‘키즈나 아이’(Kizuna AI)는 버추얼 유튜버 1호로 인정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부터 유사한 형식의 버추얼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버추얼 유튜버는 애니메이션 형식의 미소녀 캐릭터를 주로 사용하고 목소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우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편집된 동영상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 스트리밍(라이브방송)도 진행하기도 한다. 버추얼 유튜브가 주목받게 된 것은 인기 유튜버가 버추얼 캐릭터를 시도한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면에는 3D캐릭터 제작이 간편해진 기술적 발전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6년 가상 아이돌 ‘다테 쿄코’가 데뷔하며 3D캐릭터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테 쿄코는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호리프로 소속으로 실제 음반까지 발매했다. 2011년 6월에는 ‘아미 야마토’ 채널이 영미권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채널은 실시간 동작감지가 아닌 완성도를 높이고자 미리 제작된 3D캐릭터로 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12년 4월 일기예보 기상캐스터 ‘아이리’와 2016년 10월 ‘키즈나아이’도 큰 인기를 끈 사례다. 키즈나아이의 경우 유튜브 광고 게재수익과 유튜브 슈퍼챗(생방송 유료채팅)을 통한 수익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등의 상품홍보 광고비, 캐릭터 상품 판매비용, TV 공중파 출연료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정도로 성공적인 비추얼 모델로 꼽힌다. 일본 관광국 공식 방일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4월 ‘GLEE’(グリ ー)이 버추얼 유튜버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도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측면이다. GLEE은 SNS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주요 IT기업이다. 올 상반기 기준 시가총액 1370억 엔, 연결 매출액 779억 엔(약 784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자회사 ‘라이트 플라이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ライトフライヤーライブエンターテインメント)를 설립하고 버추얼 유튜버 콘텐츠 관련 사업에 100억 엔을 투자했다.
라이트 플라이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이달 버추얼 유튜버 전용 라이브 방송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이 앱에선 라이브 방송 중인 버추얼 유튜버에게 말을 걸거나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유료 선물은 30%가 앱에서 수수료로 공제되며 나머지 70% 금액이 버추얼 유튜버에게 지급되는 구조다.
올 5월에는 이치카라가 스마트폰 앱 ‘니지산지’(にじさんじ)를 선보였다. 아이폰X 전용 앱으로 버추얼 유튜버 제작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다. 이 앱이 선보인 다음 버추얼 유튜버가 2000명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버추얼 유튜버 멤버 오디션이 실시됐다. 이치카라는 니지산지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상하이와 대만 타이페이에서 각각 8명의 버추얼 유튜버 선정을 위한 오디션 실시했다.
올 하반기에는 라이트 플라이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또 다른 앱 ‘REALITY Avatar’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의 니지산지 콘셉트와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된 앱이란 설명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머리 모양, 눈, 옷 등을 선택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해 실시간 3D캐릭터의 움직임을 반영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동영상 채널들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며 버추얼 유튜버를 활용한 홍보도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에는 유튜버가 영상 촬영 전 외모와 배경 등 시각적인 준비에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고 사적인 공간을 공개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버추얼 유튜버는 이러한 부담감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좀 더 효율적이며 빠른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97년~1998년 사이 아담과 류시아 등 사이버 가수가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최초 버추얼 유튜버 ‘세아’(세상을 아름답게 하다)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일본만큼 애니메이션 마니아 층이 두텁지 않은데다 실존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모에모에’(萌え萌え, 싹트다) 현상이 흔치 않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견해다.
일본 1호 버추얼 유튜버 A.I.Channel의 ‘키즈나 아이’(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