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이어져왔던 공인인증서 시대가 막을 내리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 서비스 시대가 찾아왔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27일부터 블록체인 방식의 새로운 인증서인 ‘뱅크사인’(BankSign)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뱅크사인 서비스는 삼성SDS가 구축을 맡았고 앞서 금융투자업계가 ‘체인아이디’를 내놓은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금융권 블록체인 인증 서비스다.
은행연합회와 해당 서비스 시행 은행 등에 따르면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증 서비스다. 전자거래의 보안성과 편의성을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한층 높였다.
은행권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 뱅크사인 앱을 내려 받으면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주거래 은행 외에 타 은행 이용이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동안 타행 공인인증서 등록 절차의 불편함을 없앴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앱에서 필요 은행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여러 은행에서 하나의 인증서만 가지고 사용할 수 있다.
유효기간도 3년으로 대폭 늘려 매년 갱신해야 하는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해줬다. 발급비용은 없으며 모바일과 PC 인터넷뱅킹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본인 확인을 거쳐 인증서를 발급한 이후에는 간편비밀번호, 지문, 패턴 등 다양한 인증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27일에는 1차로 모바일 버전을 우선 적용하며 PC 버전은 내달 중순부터 서비스 시행 은행별로 순차 적용한다. 서비스 시행 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SC제일·수협·대구·부산·제주·전남·광주·경남·케이뱅크 등 15개 은행이다. 국내 18개 은행 가운데 산업·씨티·카카오뱅크 등 3개 은행은 빠졌다.
산업·씨티·카카오뱅크 등 3개 은행이 빠진 것은 해당 은행들의 개별 사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카카오뱅크의 자체 인증 서비스를 개발·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뱅크사인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도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지문과 홍채인식 등 차세대 인증서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던지라 참여가 쉽지 않다는 의사다. 다만 뱅크사인의 수요 확대와 대중 편의성 측면에서 향후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내년 5월 이후 차세대 인증 시스템이 개발 완료되는 시점이라 개발 시스템의 도입 이후와 고객 반응 등에 따라 추후 뱅크사인 도입 여부를 가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뱅크사인이 올해 국세청 연말정산에 활용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은행연합회와 서비스 시행 은행들은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정부와 공공기관 등 이용 범위가 확대되고 관련 제도가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협의해나갈 방침이라 전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블록체인 공동인증 서비스인 체인 아이디와 뱅크사인의 연동을 추진할 방침이라 밝혔다. 시스템 연계를 통한 공동 인증 서비스로 은행과 증건 거래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금투협과 은행연이 블록체인 인증 서비스를 각각 루프체인(더루프), 넥스레저(삼성SDS) 플랫폼에 근거하고 있어 표준안 마련도 용이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