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 인공지능(AI)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 수준의 AI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혁신적 발전을 이뤄나갈 R&D 원동력이 미약하다는 평가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인공지능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조 달러(1만4605조5000억 원)를 기여해 전 세계 GDP는 연평균 1.2% 추가 성장이 전망된다.
이같은 변화는 19세기 증기기관차 혁명부터 20세기 기계화 혁명, 2000년대 정보기술(IT) 혁명과 비슷하거나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생산성에서는 AI가 연평균 1.2% 향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여 증기기관(0.3%), 기계(0.4%), IT(0.6%)보다 월등한 기여도를 자랑하고 있다. 단순 노동이나 집약 노동이 필요한 대다수 산업군에 AI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AI 수준은 매년마다 벌어져 결국 AI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에서 어느 한 분야도 기술적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는 국내 현실에 이같은 예측은 ‘빨간등’이 드리웠음을 보여준다. 정부 당국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의 육성보다 규제에 나서는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관련해 경쟁국들보다 소극적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보고서는 “오는 2023년 AI 준비가 잘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약 11%p 이상 높은 AI 수준이 될 것”이라며 “2030년이 되면 23%p까지 확대해 높은 AI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지금보다 20~25%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5~15%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 국가 경쟁력 측정은 총 41개 국가의 AI와 관련해 △투자 △연구개발 △자동화 생산성 △디지털 응용 △혁신기반 △인적자원 △노동시장 구조 등의 항목으로 평가했으며 4개 그룹으로 나눴다. 미국과 중국이 최상위 1그룹에 속했고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핀란드 등 17개국이 2그룹에 속했다. 3그룹에는 인도, 스페인,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등이며 4그룹은 브라질, 그리스,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이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은 노동시장 구조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평균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중국은 투자와 연구개발, 혁신기반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두 나라의 AI 투자가 눈에 띄고 있다. 2016년 기준 미국은 인수·합병(M&A) 등의 다양한 투자 방식으로 전 세계 AI 투자의 66% 비중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투자 볼륨을 자랑했다. 중국은 17%로 2위에 올랐고 나머지 국가들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AI R&D에서도 GDP의 2~3%를 투자할만큼 정부당국과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혁신기반은 세계 평균보다 다소 높았으나 나머지 항목은 모두 세계 평균 아래였다.
보고서는 AI 기술력이 높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도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 경고했다. AI 선두 기업은 잠재적 현금 흐름을 2배까지 늘릴 수 있으나 2030년까지 AI 기술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거나 적응에 실패한 기업은 잠재적 현금 흐름이 20%까지 하락할 것이라 분석했다.
AI 대응 수준에 따라 선두기업, 추격기업, 하위기업으로 분류한 결과에서는 선두기업이 2030년까지 지금보다 122% 많은 경제적 가치를 거두며, 전 세계 기업 중 10%대가 여기에 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격기업의 비중은 20~30%며 나머지는 하위기업으로 보고 있다. 추격기업들은 AI 투자를 얼마만큼 강화하느냐에 따라 선두기업의 잠재적 추격자로 부상할 수 있으며, 대다수 하위기업은 AI 투자를 등한시하다 2030년이 되면 현금 창출이 23%나 떨어져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주장이다.
AI는 노동시장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을 끼쳐 전체 일자리에서 단순노동 등의 저숙련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3% 수준에서 2030년까지 32%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반대로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현재 42%에서 53%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전 세계가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컴퓨팅 사고력 중심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