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 원, 추징금 111억4131만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349억 원의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돼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이같은 구형을 요청했다.
검찰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이라며 “최고 권력자였던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가 낱낱이 드러났고 피고인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직을 사익 추구로 남용하면서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리사욕을 채우다 구속된 역대 네 번째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며 “대통령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이 거짓말로 일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라 지적했다. 검찰은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모럴 헤저드란 법이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책임 소홀, 집단이기주의 행태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도덕적 해이로 사용되는 단어다.
검찰은 또 “민간부문의 각종 청탁의 조건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을 대통령의 전리품처럼 여겼다”며 “퇴임한 이후에도 중대 범죄를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검찰 조사에 한 차례만 응하고 추가 조사와 법정 신문을 거부하는 등 책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치적 보복이라 규정했던 이 대통령은 “기소 내용 대부분이 돈과 결부된 상투적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한 저에게 매우 치욕적인 선고”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고 형님도 자신의 회사라 말하고 있다”며 “한 사람은 자기 것이라 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그동안의 주장을 여전히 유지했다.
그러면서 “뇌물을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은 분노를 넘은 비애를 느끼게 한다”며 “재임 중 이 회장을 비롯해 어느 누구의 재벌 총수도 독대하거나 금품 거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은 현재 사는 집 한 채가 전부”라며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하고 개인의 살아온 과정과 문제로 제기된 사안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나가면 무엇이 본질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349억 원 횡령과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 원대 법인세 포탈,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 원 대납,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 청탁 대가로 약 36억 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 원 등 110억 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퇴임 후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 기타 차명재산 의혹 등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횡령 및 배임, 부동산 실명법 위반,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총 16가지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지난 5월 3일을 시작으로 3번의 준비 기일을 포함해 총 30차례 열렸다. 재판부 선고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 77세인 이 전 대통령이 만약 징역 20년이 최종 선고로 내려지게 되면 97세에 출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