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대가 이어지면서 행사 개최가 무산됐다.
경찰과 행사 주최 측에 따르면 8일 ‘2018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라는 타이틀로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행사 주최 측은 1000여 명 참가가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실제 참가자는 경찰 추산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반면 보수적 성향의 시민단체와 기독교단체 등은 경찰 추산 1000명 이상이 북광장에 운집했다. 앞서 인천 동구에서는 지난달 29일 6개 단체가 반대성명을 냈고 이달 3일에는 박영우, 유옥분, 허식 등 3명의 구의원이 반대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은 행사 개최를 저지하고자 경찰에 집회 신고를 냈다.
주최 측은 성 소수자 인권을 알릴 목적으로 홍보부스 40여 개를 설치하려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반대 단체들은 ‘동성애 법제화 반대’라고 쓰인 검은색 티셔츠를 입거나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라는 플래카드 등을 들고 행사장에 진입하려 했다.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저지하면서 행사장은 큰 혼란이 일었다.
북광장 인근에 소재한 인천 송림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라 쓰인 플래카드를 들며 반대 시위에 나섰다. 기독교 단체들은 ‘대한민국 살리기 제1회 인천예수축제’를 열고 CCM 등을 불렀다.
경찰은 행사 주최 측과 반대 측의 충돌로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7개 기동중대 550명과 교통경찰관 120명을 행사장 근처에 배치했다. 결국 반대 측의 강력한 저지로 인해 주최 측은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퍼레이드도 무산되는 등 사실상 행사가 막혀버렸다.
퀴어문화축제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하는 LGBT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다.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대구, 부산, 제주, 전주 등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서구권과 달리 오랫동안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 1995년 ‘한국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의 설립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성전환자의 호적등본상 남녀 성 수정이 가능하게 되는 등 조금씩 사회적 허용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2010년, 2012년 각각 세 차례에 걸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이 추진돼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동성애를 다양한 결혼형태의 일종이라 소개하고 양성 평등의 관점에서 동성애를 가르치며 미국과 주요 서구권의 인식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 시장 등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가진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과 북미권과 유럽권 등 서구 사회의 보편적 인식, 매스미디어를 통한 지속적 노출 등이 인식 변화의 주된 요인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