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환경 문제와 연료 절감의 대안으로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전기스쿠터가 부각되고 있다.
전기스쿠터란 두 개 혹은 세 개의 바퀴가 있는 전기로 작동하는 소형 교통수단을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두 개의 바퀴가 달린 기존의 킥보드와 유사한 디자인의 전기스쿠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해물질 방출이 없는 소형 교통수단으로 전기자전거가 많이 보급돼있다. 그러나 사용의 편리함과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 전기스쿠터가 전기자전거보다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전기스쿠터는 자전거 셰어링과 마찬가지로 전기스쿠터 셰어링 서비스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셰어링은 ‘공유 경제’에 기반한 개념으로 타인이나 특정 업체가 제공하는 물품을 유상으로 빌려 쓰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셰어링에는 Uber나 Lyft가 선보인 ‘라이드 셰어링’,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전기오토바이·전기스쿠터 시장은 약 155억 달러(17조4700억 원) 규모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5%의 성장률을 보여 2024년까지 220억 달러(24조8006억 원)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기준 전기스쿠터가 전기오토바이를 제치고 해당 시장에서 8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기스쿠터가 오토바이보다 비교적 작고 기동성이 좋아 복잡한 도심에서 더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란 풀이다.
Freedonia가 발간한 미국 오토바이 시장 보고서(Motorcycles in the United States, 2018년 5월 발간)에 따르면 전기자전거·전기오토바이·전기스쿠터를 포함한 소형 전기 교통수단은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총 26만 대의 수요를 보였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5.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해당 시장은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약 11%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 44만 대 규모의 수요가 예측된다.
현재 미국에는 약 10개 내외의 전기스쿠터 셰어링 업체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 외에도 새로운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전기스쿠터 셰어링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미국 라이드 셰어링 대표 업체 Uber와 Lyft 등의 대형 업체들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이란 탑승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전기스쿠터 셰어링 서비스는 기존의 전기자전거 대여 서비스와 비슷하나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지정된 장소에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특정 지역 혹은 도심 거리에 정차된 전기스쿠터를 발견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쿠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 해당 스쿠터의 잠금이 풀려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사용자가 실제로 운행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주행시간 측정이 시작되고 주행이 끝난 뒤에는 주행시간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요금이 자동 청구된다. 최초 운행 시작 시 1~2달러의 기본요금이 발생하고 그 뒤에는 주행시간에 따라 분당 0.15~0.20달러가 부과된다.
사용자들은 주행이 끝나면 그 자리에 그대로 전기스쿠터를 두고 떠나면 된다. 보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간편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기스쿠터 셰어링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기스쿠터 셰어링 서비스 업체들은 만 18세 이상에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경우에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업체들의 무상 헬멧 제공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이용자들은 헬멧과 같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전기스쿠터를 탄다. 헬멧을 착용해도 사용자들의 안전을 100%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안전 분야의 한계점은 전기스쿠터 셰어링의 가장 큰 어려움이란 분석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떠날 수 있는 구조 역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반감을 사는 요인이다. 주거지역이나 인도 및 통행량이 많은 구역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전기스쿠터가 불편을 초래한다. 또한 합법적인 운영을 위해서 도시별 교통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이 부분을 원활히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스쿠터 충전 역시 걸림돌이다. 해당 업체나 개인이 스쿠터를 일일이 수거해 충전한 뒤 다시 거리에 배치해야 한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스쿠터의 원활한 공급과 스쿠터 수명 관리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관련 시장이 초창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속적인 보완과 절충안들이 나온다면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어 업체들과 정부 당국과의 조율이 관건이라는 견해다.
전기스쿠터 주요 업체로는 전 Uber 직원이 창립한 ‘BIRD’가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를 거점으로 지난해 하반기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기스쿠터 셰어링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산타모니카와 베니스비치 지역을 포함한 13개 주 39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IRD는 시장의 선두주자답게 전기스쿠터 셰어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S.O.S.(Save Our Sidewalks) 서약’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스쿠터를 매일 수거하고 관리하며, 무분별하게 스쿠터 수를 늘리지 않고, 하루 한 대당 1달러를 교통 당국에 기부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밖에 개인 스쿠터 충전 담당자를 모집하는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전기스쿠터 셰어링만을 제공하는 BIRD와 달리 ‘Lime’은 일반자전거(LimeBike), 전기자전거(Lime-E), 전기스쿠터(Lime-S) 등 다양한 소형 교통수단을 셰어링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시애틀과 샌디에이고, 피닉스를 포함한 75개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심뿐만 아니라 대학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이 자전거와 전기스쿠터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전기스쿠터가 각광받는 주된 요인으로 복잡한 도심 등 짧은 거리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전기스쿠터의 이점을 보고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는 평가다. 전기스쿠터는 연료비 부담은 물론 주차비용과 공간 문제, 환경 문제 등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지속 성장이 예견된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