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당국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 제외 업종으로 지정한 ‘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의 공포·시행을 앞둔 가운데 블록체인 단체 어느 곳도 정부 인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대한 정부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현재 국내 주요 블록체인 관련 협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를 시작으로 한국블록체인협회,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 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 등이 있다.
우선 대기업 중심의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와 암호화폐 거래소 중심의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 관련 업체가 중심이 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3대 협회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는 오세현 SK텔레콤 전무가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SK텔레콤, LG유플러스, 카카오 등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 등 폭넓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업비트와 빗썸, 블로코 등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암호화폐 거래소의 건전성을 높이자는 목적의 자율 규제안을 내놓으며 정부 정책방향에 민첩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모두 불러 모아 자율규제안을 만들 만큼 회원사 수가 가장 많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협회장을 맡아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블록체인 관련 협회 중 가장 먼저 출발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KEPCO)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위시로 삼성전자, 거번테크, 글로스퍼, 블루팬넷 등 다양한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이어 두 번째로 회원사가 많다.
현재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와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는 과기정통부에,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금융위원회에 인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 상반기까지 정부 인가를 확정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가 승인은 고사하고 블록체인과 관련한 사단법인 설립까지 가로막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명칭을 내건 A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사단법인 설립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협회는 거절 사유가 단순히 협회 명칭에 블록체인이 붙었다는 이유였다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A협회는 협회 이름에 블록체인을 빼고 재신청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그 소속 청장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의 목적과 사업이 실현가능할 것 △목적사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고 재정적 기초가 확립돼있거나 확립될 수 있을 것 △다른 법인과 같은 명칭이 아닐 것 등을 비영리법인 요건으로 삼고 있다. 특정 단어 사용이 사단법인 설립을 가로막을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침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어 결국은 협회들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만 한다”며 “정치권 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산업 전반에 블록체인 산업의 도입과 활성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어 결국은 정부 당국이 무조건적인 규제만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