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조세심판원은 국내 유명 영화사에게 매긴 세금을 세무서가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됐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부과를 두고 억울함을 다툴 때 판결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연은 영화 ‘명량’을 제작한 영화사가 명량에 사용한 시각 디자인을 고유 디자인 개발을 위한 비용으로 인정해달라고 한 것이다.
영화사는 화면을 빽빽이 채우는 배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울둘목의 회오리 물살, 포탄 발사장면 등 해상 전투장면의 90% 이상을 차지한 특수효과(CG)부터 기존 시대극과 다른 이순신 장군 등의 갑옷 디자인(의상), 최초로 시도한 초대형 해전 세트, 함선 디자인(미술), 개성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와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헤어 및 분장, 조명디자인 등을 독창적으로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즉 기존 드라마,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시각적 효과를 관객들에게 제공하면서 영상물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현 세법에서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 제작비용 등 고유디자인 개발을 위한 연구·인력개발비는 세액공제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처음 법인세를 신고할 때 이를 감안하지 못하다 나중 이를 환급해달라는 신청을 낸 것이다.
뒤늦게 세금 환급신청을 받은 세무서는 국세청에 문의해보고 자체적인 고민 끝에 영화사가 주장한 고유 디자인은 어느 디자이너라도 모방, 변형 등을 통해 쉽게 창작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독창적이고 계획적인 연구 활동의 산물로 볼 수 없고 특수효과, 의상, 미술, 분장·헤어, 조명 등은 고유 디자인이 아닌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부수적인 산출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제작사가 신청한 세금 환급은 불가능하다고 통지한 것이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명량의 CG 작업 전·후의 사진 자료를 비교해보면 기존 사극 등 다른 영상물의 장면과는 달리 전문 디자이너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판단했다. 과학적이고 기술적 진전이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 영화는 각 디자인 등 결과물에 대한 권리가 전적으로 제작사에 귀속된다고 제작사와 개발업체 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디자인보호법이 아닌 영상물 자체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어 그 고유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유성과 저작권 인정으로 과거 명량의 영상을 제작했던 컴퓨터그래픽 팀의 한 직원은 영화에 사용된 일본 배의 그래픽소스를 방송사에 제공하면서 검찰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된 바 있다.
특히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방송사, 게임사, 애니메이션사 등을 대상으로 디자인 개발 비용에 대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적용해 세금을 낮춰주고 있음을 들었다. 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사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는 것은 업종에 대한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고 봤다.
결국 영화 제작사는 영상에 대한 독창성, 고유성, 기술적 진전을 인정받으면서 뒤늦게 세액공제를 받아 세금 절약이 가능하게 됐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에 따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과 창작물에 대한 납세를 두고 법적 다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경영자들은 세금 관련 항목을 꼼꼼히 따져 비용으로 제대로 인정받아 절세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박영범의 알세달세>
ㆍ현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ㆍ국세청 32년 근무, 국세청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 2, 3, 4국 16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