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거래량 상위권을 자랑하는 중국계 오케이엑스(OKEx)가 국내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선물 마진거래’를 내놓겠다고 밝혀 관련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오케이엑스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호텔에서 ‘오케이엑스 넥스트젠(NextGen)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최대 100배까지 무기한 선물 마진거래 지원 등 다양한 암호화폐 파생상품 지원 계획을 밝혔다.
마진거래 출시 의미는?
“투자자 유치 목적 의도,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불법으로 간주돼 논란 예고”
“글로벌 거래소 중심으로 파생 상품 출시, 정부 불투명한 규제가 한몫했다는 목소리”
마진거래란 일정 금액을 거래소에 예치할 경우 암호화폐 공매도와 공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마진거래가 암호화폐 시장에 적용되면 최대 100배까지도 거래가 가능하다.
예컨대 1BTC로 1%의 수익을 냈을 때 0.01BTC지만 10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1BTC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오케이엑스는 오는 11일부터 비트코인 등에 선물 마진거래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오케이엑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도 지난 8월 국내에서 열린 투자전략 세미나를 통해 마진거래 서비스를 소개했다.
중국계 거래소 후오비글로벌 역시 파생상품 거래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일본 투자그룹 피스코와 SBI크립토인베스트먼트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취급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올 초 최대 4배 마진거래 서비스를 선보이려했으나 경찰의 도박장개장죄 명목으로 수사를 받는 등 서비스 출시가 좌초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 역시 펀드형 토큰을 내놨다가 정부 당국의 제재에 부닥쳤다. 지닉스는 국내 은행이 신규 가입자 계좌 발급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겹쳐지자 투자자들이 급격히 이탈하고 말았다. 결국 회복 불가능하다보고 거래소 폐쇄를 결정하고 말았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거래소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정부 당국의 불명확한 규제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 들이댈 수 있는 잣대가 더욱 불투명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 마진 거래 등 각종 파생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정부가 국내 거래소들의 발을 꽁꽁 묶어놓고 있는 상황에 글로벌 거래소들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역차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밖의 사항은?
“업계 일각, 중국 거래소 국내 시장 잠식 위험성 경고하는 등 해결책 마련 촉구”
“국내 거래소, 어려움 타개하고자 해외 진출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 규제에 발목”
지난 10월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중국 거래소들의 국내 시장 잠식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 협회장은 “현재 중국 거래소들의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국내 거래소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수수료율이 인상될 것”이라며 “국내 거래소들이 줄어들게 되면 전 세계 10대 거래소들은 상장비용도 올라가고, 해외 거래소들 초단타 고빈도 거래(HFT)를 크게 늘리게 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거래소들의 국내 진출로 한국 거래소들이 역차별 문제가 심각한 만큼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한다”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가장 중요하고, 규제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외국 거래소 영업을 허가제로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비트와 빗썸을 비롯한 주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역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지만 자체 해결에는 한계가 역력하다는 인식이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은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 해외송금 차단 등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국내 기업을 차별하고 해외 기업을 우대하는 역차별 구조가 암호화폐 거래소 쪽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을 옭아매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이 들어와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고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거래소는 해외 송금이 안 돼 해외 사업과 해외투자가 모두 막혀 있다”며 “은행에 거래소 해외 송금이 안 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금융감독원의 감사 지적을 받아 거래소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와 매우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