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무선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가 역사의 뒤안길을 맞게 된다. 12년 동안 통신 기술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진화하는 기술 속에서 더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KT와 SK텔레콤은 31일 자정을 끝으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전면 중지한다고 밝혔다. 단계적인 서비스 종료 절차 등 서비스 종료 단계인 전파 송출 중단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주요 사항은?
“와이브로, 국내 토종 무선인터넷 기술 … 2011년 상용화된 LTE보다 5년 빠른 기술”
“LTE에 맞서지 못하면서 하향세 … 단말·장비 생산과 공급 부족에 이용자 지속 감소”
와이브로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주도로 개발된 서비스다. 초창기 3G 이동통신과 비교해 월등히 앞선 데이터 전송속도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선도했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의 20년 미래를 책임질 ‘IT 839’(8대 신규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 전략을 수립하며 핵신 서비스로 와이브로를 전폭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2006년 6월 KT와 SK텔레콤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세계 처음으로 와이브로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2011년 상용화된 롱텀에볼루션(LTE)보다 5년이나 앞섰다.
속도는 40Mbps로 3세대(3G) 14.4Mbps보다 3배나 빨랐다. 와이브로는 전국 주요 도심을 중심으로 고속·대용량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2011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LTE가 상용화되면서 하향세에 들어간다. 표준경쟁에서도 이렇다 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정체된 기술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한 와이브로 단말·장비의 생산 및 공급 부족과 해외 사업자 및 국내 가입자 지속 감소 등이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이후 LTE 스마트폰의 확산과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한 무선 인터넷 이용까지 늘어나면서 와이브로 서비스는 이용률이 더욱 떨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와이브로 가입자는 2012년 105만 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13년 98만 명, 2016년 58만3717명, 지난해 35만6519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10월 말 기준 가입자는 4만6348명이다.
이밖에 사항은?
“정부, 내년 3월까지 와이브로 할당 2.3GHz 주파수 일부 회수해 TD-LTE로 용도변경”
“해당 주파수, 추후 5G 데이터 트래픽 고려한 할당 용도 전망”
결국 정부 당국은 내년 3월까지 KT와 SK텔레콤에 할당된 2.3GHz 와이브로 주파수의 임대 기간이 끝나는 대로 주파수 일부를 회수해 TD-LTE로 용도변경 밝히는 등 와이브로 종료 절차에 착수했다.
KT와 SK텔레콤은 이같은 방침에 이용자에게 서비스 종료 사실을 전하면서 LTE 네트워크를 통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전환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와이브로 요금 그대로 LTE 에그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자 보호 요금제와 LTE 에그 단말 무상 제공 등을 실시했다. LTE 전환 지원 프로그램은 2020년 12월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와이브로 용도로 쓰인 주파수가 어떻게 활용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와이브로 주파수는 2.3GHz 대역에서 KT가 30MHz 폭, SK테레콤은 27MHz 폭을 이용해왔다. 서비스 종료가 아니더라도 내년 3월 말까지는 유지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2.3GHz 대역의 57MHz 주파수가 새롭게 확보돼 인접 주파수와 함께 5G 추가 주파수 공급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정부도 5G망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5G 데이터 트래픽을 고려한 할당 용도가 우세하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