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방식의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이 2주 만에 해제됐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KT의 과잉 차단 때문이라며 KT에 책임을 넘겼습니다. KT는 정부 해명에 SNI 차단 적용 범위 해석 차이로 인한 혼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이같은 해명을 전하며 SNI 접속차단이 적용되지 않은 기존 해외 불법사이트에 대해 불법 여부를 다시 심의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1일부터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을 위한 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SNI란 이용자가 보안 접속(https)을 통해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을 뜻합니다. 예컨대 방심위에서 심의한 불법정보 차단목록(sex.com)과 SNI 필드의 서버 네임(sex.com)이 일치하면 통신사업자가 차단 시스템에서 이용자의 해당 사이트 접속을 막게 됩니다.
이를 토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사업자를 통해 지난 11일 불법 도박 사이트 776건과 불법 음란물은 96건 등 895개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6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접속이 차단됐던 일부 불법 음란물 사이트 접속이 가능해졌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이후 불법 사이트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SNI 차단에 대한 정부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냔 반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돈을 받고 낙태약을 보내주는 ‘위민온웹’ 사이트가 재개된 것을 두고 일부 누리꾼은 정부가 일부러 용인해준 것이 아니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방통위는 “KT가 지난 11일 SNI 필드 차단을 적용하며 기존에 차단 리스트에 있던 사이트까지 확대 적용했다”며 “이후 KT가 방심위가 요청한 목록 외에도 기존 사이트에 대해 SNI 차단을 다시 풀며 일부 불법사이트 접속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http로 불법사이트를 접속하면 불법·유해정보 차단 안내 경고가 뜨지만 보안접속에 해당하는 https를 입력하면 사이트가 열리게 됩니다. 즉 방심위가 URL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더라도 보안접속(https)이나 우회 경로를 활용할 경우 불법사이트 접근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한편 SNI 차단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역에서는 SNI 차단에 항의하고자 약 3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촛불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검열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 ‘야동 차단 내걸고 접속기록 들여다보겠다고?’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항의에 나섰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관련 규제 철회 게시글이 25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21일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국민청원 답변 충족수가 채워지면서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 위원장은 “꼭 필요한 조치만 취할 것”이라며 “더 나은 방법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경청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