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채용계획을 아예 세우지 못하거나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모습은 대기업들에게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달라는 현 정부의 주문과 정면 배치되는 흐름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기업 126개 중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12.8%, ‘한명도 뽑지 않겠다’는 7.1%를 기록했습니다. 두 응답률을 합치면 19.9%입니다.
이는 1년 전 조사 때인 ‘채용 감소’(9.3%)와 ‘계획 없음’(2.7%)의 합산 비율 12%보다 높아진 결과입니다.
또한 ‘아직 채용계획을 못세웠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6%입니다.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 대다수가 채용을 줄이거나 채용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7.1%, ‘비슷하게 뽑겠다’는 기업은 27%에 불과합니다. 두 응답률을 합치면 34.1%로 전년 조사 합산 응답률 44%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올해 극심한 취업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에 나서는 대다수 청년들은 취업이 늦더라도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때문에 청년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전망입니다.
대기업들의 채용 위축은 불안정한 환경이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대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중복 응답)로 ‘내부 상황 어려움’(30.7%), ‘국내외 경제 및 업종 상황 악화’(22.7%),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증가’(20.5%) 등을 들었습니다.
또한 신규채용 결정 요인에는 적정 정원(56.3%), 국내외 경기(20.5%), 인건비(17.9%)를 꼽았습니다. 정부시책 호응은 4.2%에 불과해 정부의 주문에 무작정 따라갈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세전 3903만 원(월 325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신규채용 시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중복 응답)은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이해’(65.1%)가 압도적입니다.
이어 ‘전공 역량’(40.5%), ‘일반 직무 역량’(36.5%), ‘지원 기업에 대한 이해’(23.8%), ‘지원분야 현장실습 경험’(11.9%), ‘외국어 능력’(9.5%), ‘전공 관련 자격증’(8.7%) 순입니다.
이밖에 채용 방법(중복 응답)은 서류전형(98.4%), 임원면접(92.9%), 실무면접(90.5%), 건강검진(72.2%), 필기시험(57.9%) 순입니다. 신규채용 직원 중 이공계 비중은 57.5%, 여성 비중은 27.1%, 해외대학 졸업자 비중은 6.5%로 전망됐습니다.
올해 채용시장 트렌드로는 ‘경력직 채용 증가’(55.6%)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신입직원을 키우기보다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뽑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이어 ‘대졸신입 수시채용 비중 증가’(50.8%), ‘블라인드 채용 확산’(25.4%), ‘정규직 전환형 인턴제 도입 증가’(22.2%), ‘인공지능 활용’(16.7%)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