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돼지열병이 창궐하며 글로벌 육류시장이 요동칠 조짐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입니다. 최근의 돼지열병으로 연내 1억3000만 마리의 돼지가 폐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는 중국 전체 돼지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현재 중국에는 약 4억30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홍콩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근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에서도 발병이 확인되는 등 31개 성·시·자치구 전역에 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SF는 아직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장기화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ASF는 동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지난해 8월 중국에 처음으로 보고됐습니다. 중국 당국은 적극적인 예방 조치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밝혔지만 ASF가 중국 대륙 전역을 쓸고 가는 모양새입니다.
중국의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5500만t으로 집계됩니다. 이번 돼지열병으로 중국이 유럽과 브라질 등 전통적인 돼지고기 수출국들에게 물량을 크게 확대하면서 전 세계가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실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일부 국가들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가격 급등이 계속된다면 주요 수출국들에게 중국 수출 물량을 한정하라는 국제 사회의 압박이 나올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지난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되재고기 6월 인도분은 파운드(0.45㎏)당 96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1일과 비교해 25% 치솟은 가격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 당국이 미국의 관세부과에 역공을 펼치고자 미국산 돼지고기에 62%라는 가공할만한 관세를 매겼음에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최근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중국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에 화해 제스터를 취하면서 수입 물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사태로 국내 돼지고기 시장 역시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아직까지는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돼지고기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수입산 냉동 삼겹살의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1kg에 9950원으로 한 달 전 가격인 9900원보다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산 삼겹살은 19일 기준 1kg에 1만9440원으로 한 달 전 1만7080원에 비해 13.8%인 2360원이 올랐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통 폭리를 위해 중간 도매상들이 물량을 풀지 않고 버틸 수도 있어 조사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