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두 차례나 블로그 서비스 중단 사태를 겪었던 네이버가 이번엔 2200여 명의 블로거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대형 사고를 터뜨렸습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 정보를 고스란히 외부에 흘린 것입니다.
특히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해명으로 시스템 오류라고 답변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 걸맞지 않은 모습입니다. 최근 유튜브에 맞서겠다는 한성숙 대표의 호언장담을 무색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네이버 블로거들이 SNS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사실을 전하면서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일부 블로거들은 전날 새벽 네이버 메일로 다른 블로거들의 개인 정보와 광고 수익이 기입된 원천징수영수증을 받았습니다.
네이버는 이번 사고가 블로거들의 광고 수익 등을 처리하는 ‘애드포스트’ 프로그램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스템 오류를 인지한 후 방송통신위원회에 개인정보 유출을 신고했습니다. 또한 2200여 명의 메일 회수 진행과 메일을 열람한 이용자들에겐 정보 유출 사실을 안내했으며 메일 삭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블로거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신고했어도 네이버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그제야 대응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는 광고 수익을 원하는 블로거들에게 적합한 광고를 올려주고 일정 수익에 대해 블로거와 수익을 나누고 있습니다. 수익에 대한 원천징수영수증이 발급되고 이를 애드포스트 프로그램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약 17만 명이 애드포스트 적용 리스트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는 향후 원천징수영수증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메일로 전송하는 방식을 없애고 다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네이버의 보이지 않는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블로그 서비스 운영 장애를 두 차례나 겪었음에도 더 큰 사고를 저질렀다는 건 관리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해 네이버의 동영상 기능의 고도화와 콘텐츠 광고 보상의 강화 등 유튜브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단 의지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렸습니다. 현재 네이버TV는 동영상 플랫폼 시장 점유율이 약 1% 수준에 머무는 매우 저조한 상황입니다. 유튜브는 8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로 90%대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네이버TV와 블로그, 포스트 등 이미 유튜브로 대거 이동한 콘텐츠 창작자들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보상 체계를 크게 강화하고 각종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며 “이전부터 별다른 보상 없이 콘텐츠를 날로 먹는다는 비판을 수도 없이 받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다가 뒤늦게 구애를 펼치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급하게 이곳저곳을 손보다보니 시스템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개인정보 유출이란 대형사고까지 터뜨린 것”이라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로 유튜브에 대항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문단속부터 튼튼히 하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