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을 통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의 장밋빛 구상이 실행에 옮겨집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 팰컨 로켓에 실린 초고속 인터넷용 위성 60기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위성 2019 컨퍼런스’에서 머스크는 오는 15일 위성 60기를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5년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스타링크’(Starlink)로 이름 붙이며 구체적인 실행에 나섰습니다. 스타링크는 소형 위성 1만1925개를 지구 저궤도에 발사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겠다는 그림 같은 구상입니다.
우선 지상 300km 상공에 저궤도 통신위성 7500기를 쏘아 올리고 1100~1300km 궤도에 광대역 통신위성 4425기를 안착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차질 없이 임무가 완수된다면 오는 2020년 상반기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서는 변수가 많은 프로젝트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내지만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향후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실물 경제 적용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실제 저궤도 위성의 경우 고도 1000km 이하에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정지궤도 위성보다 지구와의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지연 속도가 짧은 초고속 인터넷 구현에 적합한 조건입니다.
다만 지구와 근접해있어 위성이 지구를 도는 속도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정 지역에 인터넷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러한 난제를 수천기의 위성을 띄워 연속적으로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머스크의 복안이 들어 맞는다면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오지에서도 초당 1기가비트(Gbps)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들지만 관리 제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스페이스X의 계획안이 공개된 이후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머스크의 상상력이 또 하나의 공상과학(SF)영화에 불과하다는 조롱 섞인 목소리였으나 차츰 현실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블루오리진을 통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와 비슷히게 지난달 인공위성 3000여 개를 쏘아 올리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역시 통신위성 스타트업 원웹에 투자하며 우주 개발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웹은 지난 2월 인공위성 6개를 발사했으며 추가로 600여 개를 띄운다는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비롯해 가상현실 등 4차산업혁명 키워드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페이스북도 우주 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항공 산업 강자 보잉도 해당 분야에 꾸준한 투자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러한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많은 위성이 올려질 경우 충돌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기존의 우주쓰레기가 산재한 상황에서 신규 위성을 대거 쏘아 올리면 위성과 우주쓰레기가 충돌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우려입니다.
나사(NASA)에 따르면 지구 궤도상에 대략 350만 개가 넘는 우주쓰레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겠냐는 판단이나 쓰레기 수거 기술과 천문학적 비용의 감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