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입 업체인 넥슨의 인수전이 난항에 빠진 모습입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매각주관사인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는 당초 이날 열릴 본입찰을 연기했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최종 인수 후보 선정 계획이 무산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는 지난 2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카카오와 텐센트 컨소시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5개사를 적격 예비 인수 후보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업계는 텐센트와 넷마블, 카카오의 3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일렉트로닉아츠(EA)까지 인수전에 가세한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관련 업계는 텐센트 컨소시엄에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중국 1위 게임업체라는 지위에서 볼 수 있듯 넉넉한 실탄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넥슨에게 매년 지불하는 ‘던전앤파이터’ 지식재산권(IP) 비용 1조 원을 절감할 수 있어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다소 조용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치감치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치밀한 물밑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게임 개발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다 자금력의 한계를 일정 조건 양보로 절충한다면 아예 승산이 없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업계는 계속된 본입찰 연기가 넥슨의 지주사인 NXC 김정주 회장이 높은 매각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넥슨의 매각가는 최대 15조 원 정도로 추정되나 김 회장은 최소 15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까지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매수자와 매각자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인수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옵니다. 넥슨이 ‘던전앤파이터’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마땅한 견인차가 없다며 금액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넥슨은 지난해 연매출 2조5000억 원, 영업이익 9800억 원을 올렸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이 던전앤파이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넥슨이 대대적 투자에 나선 ‘트라하’가 시장 흥행에 주춤하고 있는데다 최근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질병코드 등재, 중국 판호 발급 지연 등도 가격 하향의 근거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넥슨 지주사인 NXC는 넥슨을 제외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 비트스탬프와 프리미엄 유모차 스토케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매출 볼륨이 낮은데다 확실한 수익을 담보하기 힘든 형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높이고 싶다면 넥슨의 미래 성장성을 보여줘야 하나 던전앤파이터 의존도가 심하고 신작 게임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외부 악재까지 산재한 마당에 좋은 조건으로 매각이 성사되기 힘든 타이밍으로 매각 계획을 접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