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지난해 말부터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액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한국을 포함해 대만·중국·북미·일본·유럽 등 7개 지역 24개 시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출하액을 조사한 결과, 1분기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액이 137만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동기 대비 19%, 전분기 대비 8% 감소한 수준입니다.
특히, 1분기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액 감소는 아시아시장인 한국, 중국, 일본 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1분기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액은 전년동기 대비 11%,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23억6천만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액은 전년동기 대비 54%, 전분기 대비 8% 줄어든 28억9천만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1분기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액도 전년동기 대비 27%, 전분기 대비 41% 감소한 1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북미 시장은 1분기 반도체 출하액이 전년동기 대비 47% 증가한 16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양국 모두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국가인 탓인데요, 4월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38%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비중은 25%를 넘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거둔 매출만 전체의 17.7%인 43조2100억원에 이릅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목표로 추진되는 정부 정책입니다. 그 중 핵심 전략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입니다. 첨단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는 자국 기업 기술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반도체 자급률 75% 확보를 목표로 정부 주도로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원유보다 반도체를 더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데,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곧 국가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아직 삼성전자와 격차가 큰 편입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제 막 D램 양산에 돌입하는 수준입니다. 기술경쟁력 측면에서도 삼성전자가 10nm(나노미터)급 D램을 주력으로 양산하는 반면, 중국의 이노트론과 푸젠진화는 각각 25nm와 32nm 양산을 막 시작하는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해외 장비수급이 어려워졌습니다.
[진행 = 홍수연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