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마이닝(채굴)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약 2200만t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고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신경 쓰는 것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환경문제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2200만t은 세계적 관광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독일의 두 번째 대도시인 함부르크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가로 따지면 1006만 인구의 중동 국가인 요르단의 배출량과 같습니다.
지난 12일 크리스찬 스톨 독일 뮌헨공대 경영학부 박사과정생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국제학술지 ‘줄 저널’(Joule journal)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장비부터 비트코인 채굴장의 IP 주소 데이터 등을 분석해 해당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현재 암호화폐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암호화폐 생태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획득 과정은 채굴과 거래소 등을 통한 매입 방식이 쓰입니다.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선 거래 내역 등을 기록한 블록을 생성해야 합니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과 같이 발행기관이 없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기록한 원장을 전 세계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해시(hash)를 찾아내 해당 블록을 생성한 사람(채굴자)에게는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등 일정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즉 기본 데이터 저장 단위인 블록을 생성하려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채굴은 결국 비트코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연료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개수가 최대 2100만 개로 고정되게 설계했습니다. 비트코인 수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줄어들어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해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이 점점 줄어들수록 암호 해독이 어려워지면서 더 많은 고사양 컴퓨터와 그래픽 카드 등을 동원하는 실정입니다. 이는 더 많은 전기 소모로 이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증가시키는 요인입니다.
앞서 블록체인 전문 통계사이트인 블록체인닷컴은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컴퓨터 용량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를 계산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에는 주문형 반도체(ASIC)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했고 지난해 채굴용 ASIC 업체 3곳의 기업공개(IPO) 자료를 활용해 비트코인 생산 장비의 규모를 추정했습니다. 공장형 채굴장도 조사해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사를 통해 지난해 11월 기준 비트코인 연간 전력 소비량은 46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비트코인을 채굴한 IP 주소 데이터에 기반해 채굴장의 위치를 파악한 결과 아시아 68%, 유럽 17%, 북미 15%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각 국가의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동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정한 것입니다.
스톨 박사과정생은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비트코인 채굴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공장형 채굴장에 대해 규제를 논의할 만큼 그 규모는 충분히 크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