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21일(현지시간) 우리나라를 포함한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규제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권고안의 핵심은 회원국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기존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안을 확립해야하며, 1000달러 이상의 거래에 대해선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당국에 제공해야만 합니다.
FATF의 권고안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거론될 예정이며 사실상 국제 기준으로 확립될 전망입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난립이라는 국내 상황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선 FATF는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를 정의하고 서비스 제공자들은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규제(CFT)에 필요한 인허가부터 등록, 감시, 관리 체계 등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방지(CFT), 고객확인절차(KYC)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거래소 회원들에 대한 사전조사, △5년 이상의 거래 기록 보관 △의심스러운 거래 발생에 대한 즉각적인 신고 체계 △국제적 제재를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협력 등을 주문했습니다.
거래소 간 암호화폐를 이동해 돈세탁을 하는 범죄 행위도 막고자 거래 당사자와 공개키, 월렛 주소, 거래 일시, 거래량 등 핵심 정보들도 확보하도록 권고했습니다. FATF는 거래소들이 회원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계좌번호, 수취인 실명 등도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밝혀 반드시 실명확인계좌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FATF의 권고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제외되거나 국제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부정적 기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 정부도 따라야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식 등록하는 신고제 운영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주된 관심사항인 실명확인가상계좌 발급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대 관심사입니다. FATF의 권고안을 기준으로 본다면 실명계좌로 거래하지 않는 거래소들은 모두 퇴출 대상입니다.
정부가 실명확인가상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만 인정하고 나머지 거래소들은 실명확인가상계좌를 미발급해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정면 충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이나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인 ISO27001 등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거래소에게 실명확인가상계좌를 발급해주는 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한편 관련 업계는 FATF 규제안에 머리를 맞대고자 21일 서울 강남구 팍스넷에서 FATF 대응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자동차 도로교통법을 만들어 놓고 갑자기 비행기가 등장하자 자동차 도로교통법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겠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외환관리를 예로 들면 국내에 들어오는 시점부터 외환을 관리하면 되는 것처럼 암호화폐 역시 국내 거래소로 들어와 현금화하는 시점에 관리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FATF 권고안을 비판했습니다.
김진희 싱가포르MUFG은행 상무는 “FATF 권고안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시중은행들이 자금 전송에 고객 정보를 서로 넘겨야하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며 “기술적으로 권고안을 따르기가 현재 불가능에 가깝다는 문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김 센티넬프로토콜 대표는 “암호화폐를 누가 보내고 누가 받는지 거래 내역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면 국내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되는 부분”이라며 “소득규모와 재산보유사항, 신용정보, 경제관계 정보가 외부에 공개된다는 점을 명확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 = 홍수연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