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시켜주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G20정상회의를 통해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거래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현재 화웨이를 비롯한 70개 계열사는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산 통신장비에 사용금지 조치를 내린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화웨이를 압박했습니다. 미국 상무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에 미국 주요 기업들은 화웨이 거래 중단을 발표하며 제재에 속속 동참했습니다. 구글은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비롯한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유튜브 등 핵심 플랫폼의 중단을 밝혔습니다. 또한 인텔과 퀄컴, ARM, 자일링스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소나기는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에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그러나 화웨이가 인텔, 퀄컴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의 큰 손으로 작용하면서 제재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매출 타격이 심각해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에게 사들인 부품은 약 110억 달러(약 13조500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거래 제한 조치가 몇 개월만 지속돼도 미국 기업들 입장에선 수십억 달러의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합니다.
구글은 “화웨이가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OS를 쓰게 되면 구글이 제공하는 것보다 취약한 보안에 해킹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과적으로 미국 안보에 다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OS 제공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달리했습니다. 이전처럼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한 것입니다.
구글이 물꼬를 트자 인텔, 퀄컴, ARM, 자일링스 등도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5G 통신 장비는 몰라도 스마트폰과 서버 등 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품 거래는 허용해달라는 요청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부 제재 완화를 밝혔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이폰에 25%의 보복 관세 부과 방안을 보류하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쉼 없는 줄다리기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으로 반도체와 IT 소재 등 대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나라는 양국의 소강상태로 다소 숨통을 트인 모습입니다. 한동안 미국과 중국의 눈치보기가 이어지면서 수출 전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30일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일본에서 생산되는 주요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재할 것이라 보도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전망입니다.
3개 품목은 TV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의 핵심 물질인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입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OLED 디스플레이 재료로 쓰이며, 리지스트는 반도체 기판에 회로 사진을 찍을 때 필요한 감광액입니다. 에칭 가스는 기판 표면 처리에 쓰이는 가스입니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이러한 제재를 시행하는 이유를 최근 우리 정부와의 정치적 갈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첨단재료 수출의 경우 안전보장이 확실한 국가(화이트 국가)만 가능합니다. 화이트 국가에 한국을 탈락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첨단재료 수출에 제한이 걸리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산케이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전하며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번 제재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 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할 정도로 독과점에 가까운 실정입니다. 만약 일본 정부의 제재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