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발행 예정인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가 ‘몰매’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입니다.
우선 유럽연합(EU)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지난달 18일 백서를 발표하자마자 기존 금융 질서를 와해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즉각 전했습니다.
프랑스 재무부 장관인 브루노 르메어는 “독립적인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은 각국 정부에 있다”며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이러한 권한에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금융 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의 베누이트 코우어 집행위원은 7일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해 각국 규제 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이 리브라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규제 당국의 빠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EU의 실질적 리더인 독일에서 리브라에 대항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 1일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 연합은 유로화 시세를 바탕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리브라의 영향력을 조기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독일 출신인 유럽연합 의회의 마커스 퍼버 의원은 “이용자가 2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사용은 사실상 ‘그림자 은행’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규제 당국이 리브라를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의회 차원의 청문회까지 소집됐습니다. 지난달 27일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의 케네스 블랑코 국장은 미국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리브라가 자금세탁이나 마약 구입 등 범죄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리브라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크래포 공화당 의원은 한술 더 떠 리브라 프로젝트의 문제를 샅샅이 훑어보겠다며 오는 16일 페이스북 임원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소집했습니다. 17일에는 하원 청문회가 연달아 소집될 예정입니다.
이에 리브라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페이스북 칼리브라(Calibra)의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 백서가 공개된 이후 우리의 예상대로 몇 가지 오해가 있다”며 “상원과 하원 금융위원회에 오해를 소상히 설명할 것이며 앞으로 다양한 지역사회와 이해당사자들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의회 서한에 답했습니다.
일본도 비판에 나서는 중입니다. 지난 3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브라가 통제가 쉽지 않으며 기존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5일에는 호주 소송대행업체 JPB리버티가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가 암호화폐 광고 금지 정책을 펴면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면서 5000억 달러(약 588조 원) 규모의 집단 소송을 냈습니다.
JPB리버티는 페이스북을 꼬집으며 그간 암호화폐 광고 금지 정책을 교묘히 펴면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경쟁 업체를 죽이면서 시장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현재 24억 명의 실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 대표 커뮤니티 채널이었던 싸이월드의 몰락에서 볼 수 있듯 언제든 쇠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며 “더욱이 페이스북은 데이터 유출 논란 이후 사용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어 타개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 서비스가 확보된다면 이탈자를 막을 수 있고 새로운 사용자의 유입도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라며 “페이스북은 이미 리브라 프로젝트 단계부터 이러한 갈등을 예상했을 것이고 결국 미국 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훌륭한 로비를 펼칠 수 있는지 이해관계자들의 설득 유무가 리브라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