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2002년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1990년대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하던 유씨는 지난 2002년, 입대 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했습니다. 병역 기피 논란이 일자 정부는 유 씨의 입국을 거부했고, 만 38세를 넘긴 지난 2015년에 다시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비자 발급이 거부된지 4년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으로, 하급심 판결을 뒤집는 결과입니다. 이 판결로 17년 넘게 입국 불허 상태인 유 씨가 남은 재판을 거쳐 한국 땅을 다시 밟을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대법원은 11일 유승준이 2015년 주 LA 총영사관의 비자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십수년 전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LA 총영사관이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건데요.
대법원 3부는 오늘 오전 가수 유승준 씨가 주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유 씨의 상고를 인용해 파기 환송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법무부의 입국 거부 조치만을 근거로, 만 38세가 지난 2015년의 입국 허가신청을 별도의 심사 없이 그대로 거부한 건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5년의 입국 허가 신청은 별도의 심사 절차를 거친 뒤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쳐 판단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입국 금지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이 적법하지는 않다며 유 씨의 상고를 받아들였습니다. 재외동포법에 따라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경우 38살이 넘으면 체류자격을 줄 수 있도록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사관 측이 입국금지를 풀어달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어야 했는데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는 겁니다. 유 씨가 도덕적으로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지만, 입국 금지 결정이나 비자 발급 거부와 같은 불이익 처분에 대해서는 적법성을 별도로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더라도 38살 까지만 체류 자격을 제한하도록 한 재외동포법 등을 근거로 만 38세를 넘긴 이후에는 재외동포법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러한 판결로 유승준은 남은 재판 절차를 거쳐 17년 넘도록 오지 못한 한국 땅을 밟을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입니다.
[진행 = 최서원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