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1일 일본을 한반도 전력제공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최근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전쟁 지원국에 일본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국방부가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입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유엔사 참모 요원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우리 국방부와 우선적으로 협의해야한다”며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195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3호, 84호에 따라 유엔사에 전력을 제공한 국가 중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전투부대 파견 16개국에 한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한국의 요청으로 한국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으로 일본의 참여 여부를 우리 정부가 검토한 적은 없다”며 “신규 파견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동의가 우선돼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취해진 조치이기에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독일에 강력하게 제기했다”며 “만약 독일에서 연락장교 신규 파견을 희망한다면 우리 헌법 등에 근거해 당사국인 우리 측의 동의가 선행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유엔사는 우리나라를 위시로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이들 회원국은 유사 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유엔기를 들고 참전이 가능합니다.
일본의 유엔사 전력 제공국 참여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공식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처음 거론돼 논란이 됐습니다. 유엔사가 일본의 한반도 전력 지원 협력에 나설 것이란 내용이 실린 것입니다.
한편 6.25전쟁(한국전쟁)은 역대 전쟁 중 가장 많은 국가가 단 하나의 국가를 위해 지원한 전쟁으로 현대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총 63개 국가가 전쟁에 참전하고 의료 및 물자 등을 지원했습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178만여 명의 파병인원을 구성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영국(약 5만6000명), 캐나다(약 2만5000명), 터키(약 1만4000명), 호주(약 8400명), 필리핀(약 7400명), 태국(약 6300명), 네덜란드(약 5300명), 콜롬비아(약 5100명), 그리스(약 4900명), 뉴질랜드(약 3700명) 순입니다.
터키는 한국과 혈맹국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을 만큼 타흐신 야즈즈 소장이 혁혁한 전투성과를 냈습니다. 호주는 UN군 일원으로 최초로 참전한 전쟁이 한국전쟁입니다.
태국은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한 8개국 중 하나이며, 콜롬비아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전투 병력을 파병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하일레 셀라시에 1세 황제가 자신의 친위대를 전쟁에 참전시킬 만큼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룩셈부르크는 80명 남짓한 소규모 병력을 파견했지만 이는 룩셈부르크군 자체가 1000명 내외의 소규모 군대이기에 매우 큰 규모입니다. 특히 병력 대비 사상자의 비율은 전체 유엔군 중 가장 높아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뉴질랜드는 마오리족까지 참전했습니다.
일본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후방 군수공장 역할을 하면서 세계 2차대전의 패전 후유증을 단숨에 극복했습니다. 미군이 필요한 전쟁 물자를 신속하게 조달하는 역할을 근 3년 동안 담당하면서 제조업의 부활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내수의 안정과 함께 중화학공업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까지 이어지는 등 각종 시너지가 창출돼 한국전쟁의 1등 수혜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시 일본은 전쟁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이승만 대통령의 강한 반대로 직접적인 참전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의 요구에 따라 동해상의 기뢰 제거 작전 등에 투입되는 등 비공식적 채널의 참전이 확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