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8천350원보다 2.87%인 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가 닥친 1999년(2.69%)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2.75%)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새벽 5시 30분 쯤 2020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8590원으로 의결했습니다. 노동자 측은 8880원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한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으로부터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사용자 측의 부담은 물론 노동자들도 되레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어서인데요.
내년도 최저임금은 그에 따른 ‘속도조절론’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의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과”라고 규탄하며 갈등이 예상됩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측은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해 아쉬운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지만 앞서 두 차례 씩이나 대폭 올린 최저임금 자체가 이미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정부에 대대적으로 책임을 묻는 한편 각종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2.9%로 결정된 것을 두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14일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전하며 "대통령의 비서로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을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함께 사과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대선 때 공약인 '2020년까지 1만원'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엄중한 경제환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신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줄어든 만큼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간접 지원을 넓히겠다는 점을 약속하는 등 소득주도성장 의지는 변함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공약 미이행에 대해 사과한 것은 1년 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문 대통령은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이 결정된 지난해 7월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최저임금위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올해 발언에서는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고심에 찬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도 함께 내놨습니다.
[진행 = 홍수연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