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분쟁이 ‘강대강’으로 맞서는 가운데 금융 시장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일본 엔화는 최고가를 연달아 경신하는 중입니다.
5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47.43원으로 마감해 전 거래일 대비 23.94원이나 급등했습니다. 이는 1179.99원을 기록했던 지난 2016년 11월 11일 이후 2년9개월만의 최고가입니다.
원·엔 환율은 지난 4월까지 100엔당 1000원 수준에서 소폭의 상승세와 하락세를 반복하는 중이었습니다. 이후 5월 들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되자 1100원선을 단숨에 돌파했습니다. 이날 1147.43까지 치솟으면서 1200원대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진단입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OMC)의 기준금리 인하 등도 엔화 강세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엔화 상승은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엔화는 달러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안전통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엔화 강세는 우리나라와 주력 수출 포지션이 비슷한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전기전자 업종들에서 한국의 가격 경쟁력이 돋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될 수 있는데다 엔화 부채의 상환부담 증가 등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 주력 기업들은 만성적인 엔고 현상에 대책을 마련하면서 엔고 현상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간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결제 통화의 다양화,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등으로 환율 변동의 파장을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방안이 이러한 환율 충격파를 최소화한 결과라는 풀이입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달러화 수출 비율은 지난 2017년 기준 절반에도 이르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엔화는 물론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파에 대비하지 못하고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달러화와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주요 국가들의 통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마련해야한다는 견해입니다. 특히 이번 한일 무역전쟁 격화로 엔화 변동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만큼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