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NEWSㅣ씨비씨뉴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2,361명. 추락 사망자는 1,360명이라고 한다. 매년 270여 명이 추락사하는 셈이다. 지난 23년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왜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걸까? 누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일까? 이번 주 ‘시사직격’은 추락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불안한 현실을 조명한다.
■ 어느 50대 하청 노동자의 추락사
지난 10월 30일 부산 문현동의 한 건설현장. 옹벽 철심 제거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故 정순규 씨(57)가 비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사인은 추락 당시 경추 손상으로 인한 심정지. 병원에 옮겨지고 여러 차례 생사를 오가던 그는 결국 다음날 생을 마감했다.
유가족은 사망원인이 건설현장의 가설물인 ‘비계’의 허술함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라 설치규정을 엄격히 정하고 있는 비계! 한국비계기술원에 자문을 구한 결과 당시 사고현장의 비계는 안쪽 안전난간대, 안전망 미설치 등 여러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건설사가 규정을 어기고 사고현장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고인의 휴대전화에 담긴 공사장 사진과 통화기록이 근거라고 주장했다. 과연 추락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 건설현장 사각지대에서 추락하는 승강기 노동자
지난 3월 27일 부산의 한 아파트. 노후 승강기 교체 작업을 하던 두 명의 노동자가 17층에서 추락했다. 조사 결과 승강기 본체를 매달고 있던 고리가 끊어져 추락사고로 이어졌다. 결혼 1년 차, 딸이 태어난 지 삼칠일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故 장용석(34) 씨! 故 강민구(32) 씨는 밥 먹거나 쉴 때에도 헬멧을 벗지 않는, 유달리 안전에 신경 쓰는 노동자였다.
유가족이 사고 경위와 관련해 풀지 못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과속 조절기의 부품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아파트 현관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과속 조절기란 승강기가 기준 속도의 1.3배를 넘기면 운행을 정지시키는 비상 안전장치다. 승강기 제조사의 설치 매뉴얼에 따르면 승강기 설치나 교체작업에 있어 과속 조절기 설치는 필수다. 유가족은 매뉴얼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한 작업을 한데에는 무언가 석연찮은 이유가 있을 거라 주장했다.
■ 무늬만 공동수급, 현실은 불법 하도급
유가족은 자식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사고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두 번 울게 됐다고 한다. 해당 승강기 제조사가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물었기 때문이다. 설치 업체와 제조사 간에 맺은 ‘공동수급계약서’가 그 근거가 됐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승강기 설치공사는 하도급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승강기 제조사에서는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와 별도의 공동수급계약을 맺는다.
대등한 영향력을 가지고, 공동으로 계약을 맺고, 대금 역시 발주처로부터 따로 받는 공동수급계약. 하지만 현실은 대형 승강기 제조사가 대금을 일괄적으로 받아 설치 업체에게 일부를 떼어주는 식의 하청 관계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승강기 제조사 직원이 설치 현장에 직접 관여하고 업무 보고를 받는 등의 정황도 발견됐다.
유가족은 허울뿐인 공동수급계약, 실질적인 하청관계 때문에 제조사 ‘갑질’로부터 설치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 돈을 쫓는 건설사, 또 다시 추락하는 건설노동자
다수의 승강기 업계 관계들은 추락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건설사가 제시하는 공사 기간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는 공사용 승강기인 ‘호이스트’를 설치해 자재를 옮긴다. 그런데 호이스트 한 대당 월 150~200만 원이 드는 비용을 줄이려고 승객용 승강기를 먼저 설치해 건설용으로 쓰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결국 돈을 쫓아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고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는 건설업계의 행태가 추락 사고의 근본 원인인 셈이다. 13일 금요일 밤 10시 ‘시사직격’에서는 공사장 추락사로 한해 270여명이라는 엄청난 목숨이 사라지는 비극적 현실을 고발한다.
CBC뉴스 정종훈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