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과 애국의 논쟁이 대한민국의 가을을 달구고 있다.
애국이란 국가에 대한 사랑의 정도를 말한다.
애국자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리스 현자 디오게네스는 진실한 사람을 찾는다며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환하게 밝혀도 진실을 못 찾은 것처럼 이 땅에서 애국하는 이를 찾기는 힘들다. 이는 불편한 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애국이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애국은 국수주의나 흑은 개성을 말살하는 전체주의적인 개념으로 통하고 있다.
애국자라는 말이 그리 영광된 헌사가 되지 않은 지도 꽤 됐다. 애국이라는 말이 촌스럽게 느껴지고 고색창연한 개념으로 다가온다면 국가의 장래는 밝지 않다.
최근 들어 애국과 관련져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인기가 가장 높은 스포츠인 축구, 또 다른 하나는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먼저 대중적인 관심이 높았던 축구에서 예를 들어보자.
독일 분데스리가의 촉망받는 손홍민이라는 축구선수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전에서 후반 교체출장으로 출전해 경기를 뛰었다. 이 경기가 끝나자 이 선수의 부친은 불같이 화를 내며 아들을 더 이상 국가대표에 뛰지 않게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부친의 말의 요지는 국가대표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로서의 아들의 자존심도 그 못지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변한 세태를 대변이라도 하듯 애국주의 못지않게 손흥민 개인에 대한 동정도 많았다.
손흥민 부친 국가대표 발언은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반영한 사건이었다.
손흥민 관련 발언은 애국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매국만 아니면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한 것으로 보는 세상 인식을 잘 말해준다.
애국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최근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설전을 벌인 일을 들 수 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은 김 본부장을 향해 “미국의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쏟아냈다.그는 한국인의 영혼이 없는 김 본부장에게 한국의 국익을 맡긴 것은 비극이고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통곡할 노릇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본부장은 말이 지나치지 않느냐고 대응했다.
사실 정동영 의원이 김 본부장을 질타할 자격이 있냐고 걸고 넘어 진다면 할 말은 많지 않다.
정동영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시절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FTA가 불가피하다고 외쳤다.
그런 그가 6여년 만에 돌변해 한미 FTA는 낯선 식민지이고 이를 비준하는 것은 을사늑약을 추인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FTA는 경제영토를 넓히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경제적 행위이다. 우리나라가 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가 그 자리를 차지해 낭패를 볼수 도 있다. 보다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야당의 당료가 막말과 고함으로 일관해 꾸짖다는 것은 상책은 아니다. 일면 눈으로 보거나 소식으로 들을 땐 통쾌할 수도 있지만 FTA 국면이라는 기회이며 위기를 대하는 책임 있는 최상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 의원의 여과 안 된 발언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시킬 만한 소재다. 이는 나중에 통상의 자리에 섰을 때 한국의 속내를 운운하며 따질 수 있는 소재가 될 여지가 있는 사안이다.
지금 진정한 국익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손에 넘어온 공인 FTA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속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의심을 갖고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두루뭉실하게 연말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 하듯이 대한다면 그야말로 후회에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할 것은 협정문 곳곳에 새겨진 독소조항과 불리한 조항에 대한 삭제나 수정이다.
경제영토를 무척 늘였다거나 무역 대국 운운하며 흥분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 미국이 바보가 아니라면 일방적인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 강대국인 미국이 만약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여론이 생긴다면 어떤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수정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파는 만큼 그들도 우리 상품을 산다” 이것이 미국이 바라보는 FTA에 대한 기대이다.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한국은 수정하기 어려워도 미국은 수정할 수 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영토를 늘였다고 수사적으로 흥분하는 것이나 , 무역대국이나 수출산업 운운하며 합리화시키려는 행위는 정말 유치하다.
국민과 밀착하려면 연속방송극 같은 진부한 소재가 아니라 좀 더 신선한 논리개발이 필요하다. 현 정권은 받는나라에서 주는나라로, G20 정상회의, 한미FTA를 외교적 치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무역을 운운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을 걱정해야 한다. 한국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이 한미 FTA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고깝게만 보지 않고 있다. 한국의 환태평양지역에서 미국과의 동맹 심화는 중국에게는 눈엣 가시같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다음 액션을 눈 여겨 봐야 할 듯하다.
또 미국은 오마바 대통령이 장기화 된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미국도 잠재적인 수출 경쟁국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미국이 내년 방위비를 줄이면서 대한민국에 혈맹임을 강조하고 정(情)이 있다고 말한 것도 잘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 정이 우리나라 쪽의 방위비나 비용을 더 갹출하라는 현실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TA를 매국 행위라고 질타하기에는 늦었다 만약 이것이 매국행위였다면 하지 말았아야 한다. 이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전면 백지화를 통해 현실적인 혈맹을 잃을 수는 없다.? 국가에 정말 손해가 나는 협정이라면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대명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미FTA를 현 정권의 치적이나 홍보의 일환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있는 한 야당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 세력들의 한미FTA에 대한 옹호나 맹목적 지원이 계속된다면 넓어진 경제 영토에서 쭉정이만 자랄 것이다.
한미FTA로 이념을 가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어찌 한미FTA를 반대하면 좌파인가?한미 FTA를 찬성하면 애국이 되는가?
이런 시각은한미 FTA를 제대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한미FTA는 보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넓어진 경제영토를 가꾸기 위해선 우리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한미FTA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한미FTA가 특정 이념이 소유한 화원의 화초가 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영토를 가꾸기 위해서는 하나로 단결된 힘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의가 필요하다.
데스크 칼럼